“최초에서 최고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강선영 항공작전사령부 참모장
INTER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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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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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712월 국방부는 창군 이래 최초로 여군 장성 3명을 임명했다. 그중 가장 눈에 띈 인물은 바로 항공작전사령부 참모장에 임명된 강선영 준장. 강 준장은 육군 내부에서 2년 후 자동 전역하는 임기제 장성이 아니라 정상 진급한 최초의 여성 장군이다. 강 준장은 최초 정조종사, 특전사 최초 여장교 강하조장, 특전사 대대 최초 여성 팀장, 최초 항공대대장, 최초 항공단장 등 늘 최초라는 수식어를 앞에 붙였다.



 

최초이기에 더욱 치열했던

 

강선영(행정학과89) 장군은 여군 35기로 1990년에 임관 후 1993년 육군 항공학교에 입교해, 회전익 조종사 95기를 1등으로 수료했다. 강선영 장군의 최초라는 타이틀은 결국 최고를 향한 과정이었다.

 

군 생활을 하면서 수많은 최초타이틀을 얻었지만, 최초라는 것에 큰 의미를 두지는 않았습니다. 당시 저에게는 선택할 수 있는 길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최초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었죠. 최초는 우수하다는 의미보다 미숙하다는 의미가 될 수 있기에, 그 길을 항상 조심히 걸어왔습니다. 저부터 반듯하게 걸어가야 후배들이 잘못된 길로 접어들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으니까요.”

 


 

다른 이들이 가보지 않은 길을 먼저 걷는다는 것은 외로우면서도 치열한 일이었다. 강 장군은 자기 자신과의 끝없는 경쟁을 이어나 갔다. 25주간 조종사 교육을 받으면서도 매일 수첩에 일기를 쓰고, 일과에 대한 만족도를 스스로 평가했다. 만족스러운 날은 파란 색’, 보통인 날은 노란색’, 만족스럽지 못한 날은 빨간색으로 표시했다. 처음에는 빨간색이 많았지만 점차 파란색이 많아졌다.

 

이러한 노력 끝에 소령 때는 최초 여군 지휘관으로 헬기 중대장이될 수 있었다. 그러나 여군 지휘관을 인정하지 않던 시기였다. 강장군은 야지에서 34일간 부하들과 함께 훈련하며 다양한 항공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해냈다. 장군과 함께 훈련을 하고 난 부하 들은 그녀를 여성이 아닌 상관으로 대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마 음이 된 부대는 23개 부대 중 전투력 측정 최우수 부대가 됐고, 육군항공 사격대회에서도 최우수 부대로 선발돼 합참의장 부대표창을 받기도 했다.

 

리더의 가치를 일깨워준 숙명

 

특전사에서 근무하기 위해서는 모든 병사와 간부들이 지상 훈련 (체력 훈련 및 막타워 등)에 이어 낙하산을 메고 하늘에서 강하하는 공수 교육을 4회 실시해야 비로소 특전인의 상징인 검은 베레 모를 착용할 자격이 주어진다. 다음으로 더 높은 수준의 강하 조장(Jump Master 교육과정) 을 이수하고, 이후에도 30여 회 이상 강하를 하게 됐다. 이 무렵 장군은 수동적인 비행이 아닌 능동적인 비행이 하고 싶어졌다. 그렇게 날고 싶은 꿈이 생긴 이후, 항공병과에 지원해 헬기 조종사의 길을 걷게 된 것이다. 이렇듯 언제나 주저하지 않고 자신의 길을 개척해나가는 강 장군. 그만의 당찬 결단력이 있었기에 지금의 자리까지 오른 게 아닐까.

 


 

그렇다면 장군의 학창시절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숙명여대 행정 학과 3회 졸업생인 그녀는 대학 때부터 리더의 자질을 갖추기 시작했다. 2학년 때는 과대표, 3학년 때는 학회장을 맡아 일하며 숙명을 이끌었다. 동시에 19876·10 민주화운동과 6·29 선언 등을 통해 민주주의와 국가의 의미를 고민하며 호국(護國)의 사명을 가슴깊이 새기는 계기가 됐다.

 

숙명여대는 저에게 소중한 배움의 터전으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행정학을 전공하면서 조직과 공공성의 중요성에 대해 배웠고, 과대표와 학회장 직책을 통해 리더십을 깨우치게 됐습니다. 저는 1989년 졸업 이후에도 정숙·현명·정대라는 교훈을 삶의 지침으로 삼고 있습니다. 더불어 선후배들과 함께하는 청청해 모임은 지금도 휴식 같은 존재로 남아 있죠.”

 


 

강선영 준장은 본인이 그랬듯 후배들에게도 숙명여대가 인생의 선물 같은 존재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조직이란 것이 단순히 남성과 여성이라는 잣대로만 구분되는 것에 문제의식을 갖게 됐습니다. 사회적 편견 안에 갇혀 있는 것도 문제지만, 이 같은 편견을 우리 스스로도 만들지 말아야 합니다. 편견에 갇히는 순간 스스로 능력의 한계치를 만들고 그 이상으로 뛰어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더불어 자신의 직책에서 맡은 임무를 경중을 떠나 최선을 다해나가면 좋겠습니다. 우리 후배들도 주춧돌 같은 사람이 되길 바랍니다.”

 

본 인터뷰는 2018 소식지 숙명에서 발췌한 것입니다.

※강선영 준장은 인터뷰 이후인 지난해 12월 육군 항공학교장으로 취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