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이 차별 없이 배우는 세상 만들어요” 숙명 점역봉사단을 만나다
INTER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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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11
http://haksa.sookmyung.ac.kr/bbs/sookmyungkr/82/67731/artclView.do?layout=unknown

한국시각장애인 연합회에 따르면 현재 국내의 시각장애인 숫자는 대략 25만 여명 정도로 추산되며, 이중 점자를 이용하는 시각장애인은 약 70% 가량인 17만 명에 이른다. 이들의 학습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 바로 점자책이다. 지난해 점자법 시행에 따라 국내에서 발행되는 모든 교과서는 의무적으로 점자책을 만들도록 하고 있지만 각종 참고서나 필독서 등 학습도서는 이에 해당되지 않기 때문에 여전히 시각장애인들은 필수적인 교육조차 받기 힘든 상황이다.

이러한 학생들을 위해 교과서, 문제집 등을 점자책으로 바꾸는 활동을 하는 숙명인들이 있다. 지난 2009년 출범한 숙명점역봉사단은 모두에게 공평하게 학습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마음가짐으로 뭉친 봉사단체다. 현재 회장을 맡고 있는 안예지 학생(소프트웨어융합전공17)과 나희원 부회장(컴퓨터과학전공17)을 숙명통신원이 만나보았다.

 


(사진 오른쪽부터) 숙명점역봉사단 안예지 회장과 나희원 부회장

 

- 숙명점역봉사단은 주로 어떤 활동을 하는 동아리인가요?

 

나희원(이하 나): 숙명점역봉사단은 시각장애인 친구들이 차별없이 동등한 학습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돕는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매주 월요일에 교과서, 자습서, 시험지 등 자료를 받아서 점자 도서 양식에 맞게 입력한 후 수요일까지 봉사단 이메일로 제출하고, 맹학교 4곳과 시각장애인 가족협회의 숙명점역봉사단 자료 담당교사에게 자료를 보내는 일을 주로 하고 있습니다. 점자 언어로 번역해서 나온 책들이 얼마 없기에 저희가 조금이나마 시각 장애인 친구들을 도와주고자 이 자료를 만드는 것이죠.

 

안예지(이하 안): 저희 봉사단은 이과대학에서 처음 만들어진 봉사동아리입니다. 졸업 선배들께서 해마다 학습도서는 바뀌는 반면, 이를 점자 도서관이 빠르게 반영하지 못하는 것에 안타까움을 느끼고 후배들과 함께 돕고자 시작하게 됐다고 들었습니다.

 

- 본인이 처음 이 동아리를 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 1학년 때 동기가 자료를 타이핑하는 것을 보고 점역봉사단에 대해 알게 됐어요. 바로 그 다음 주에 숙명점역봉사단을 이끌고 계시는 권순인 단장님을 찾아가서 설명을 듣고 보탬이 되고자 동참하게 됐습니다.


: 1학년 때 공강시간이 길어서 이 시간을 잘 활용하고자 봉사 단체를 알아보다가 숙명점역봉사단을 알게 됐습니다. 제 개인적인 시간을 잘 활용해서 봉사활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메리트로 느껴져서 시작했어요.

 

- 점역봉사단으로 활동하기 위해 어떤 자질이 필요한가요?

 

: 솔직히 큰 자질 같은 게 필요하진 않아요.(웃음) 정기적인 모임이 크게 없는 대신 개인적으로 일주일에 몇 시간씩 꼭 할애해야 하기 때문에 꾸준히 오래 할 수 있는 친구들이면 좋을 것 같습니다.


: 아무래도 봉사활동이다 보니까 책임감이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수요일까지 맡은 부분은 반드시 정리해서 맹학교 친구들이 바로 볼 수 있게끔 해야 하니까요. 책을 양식에 맞게 입력하는 것이다 보니 빼먹는 부분이 없고 오타가 없게끔 꼼꼼히 챙겨보는 것도 중요한 것 같습니다.

 


 


시각장애인들과 함께 하는 'Shake hands day' 행사

 

- 봉사활동을 하면서 가장 보람차고 의미 있었던 때/가장 힘들었을 때는 언제인가요?

 

: 개강총회나 종강총회 때 단장님이나 점역 봉사단과 관련된 특별한 사연이 있는 분이 오셔서 감사 말씀을 전하는 시간이 있습니다. 그 때 내가 의미있고 큰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다시 느끼게 될 때가 가장 보람찼던 것 같아요. 가장 어려운 점은 그림이나 사진, 악보 같은 것을 점자로 옮기는 것이 힘든 것 같습니다. 모두가 잘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하는 것이 입력자의 몫이기 때문에 고민을 엄청 많이 하면서 양식에 맞게 입력하는 것 같아요.


: 저는 시각장애인과 함께 교감하는 행사인 ‘Shake hands day’에 가장 보람을 크게 느꼈습니다. 평소에는 직접적으로 시각장애인 친구들과 대화할 기회가 없지만 행사 날에는 시각장애인 친구들을 만나면서 함께 소통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이 때 시각장애인 친구들이 고맙다고 할 때 가장 보람을 느껴요.

 

- Shake hands day에 대해 조금 더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 1년에 한 번씩 개최하는 행사인데요, 실제로 점자 학습도서를 이용하는 친구들, 교사, 부모님 모두 초청해서 소통하고 게임, 장기자랑 하는 형식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사실 생각보다 우리랑 시각장애인이 다른 점이 없다는 것을 알고 선입견을 버릴 수 있는 소중한 기회입니다.


: 저희 봉사단원과 시각장애인 친구가1:1로 짝을 이뤄서 대화도 나누고 장기자랑을 직접 준비하기도 합니다. 서로가 더욱 가까워 줄 수 있는 계기가 되는 것 같아요.

 

- 향후 계획과 목표는 무엇인가요?

 

: 앞으로도 계속 봉사활동을 이어나갈 계획이고요, 내년에는 10주년이라서 Shake hands day 행사를 더 크게 할 예정입니다. 시각장애인 분들과 참여 학교를 더 많이 초대할 계획이에요.


: 개인적으로 봉사하는 시간 말고도 개강총회나 종강총회를 더 풍요롭게 만들 계획입니다. 임원진으로서 단원들끼리 더 만나는 자리를 만들려고 노력하려구요.(웃음)

 


 

- 마지막으로 숙명인 여러분들에게 남기고 싶은 한마디 부탁드릴게요.

 

: 일주일에 3~4시간 밖에 안 되는 짧은 시간이지만 점자책은 시각장애인 친구들이 공부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이기 때문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저희는 수시로 단원을 모집하기 때문에 언제든지 관심 있으면 숙명점역봉사단으로 오세요!


: 우리대학의 슬로건처럼 세상을 바꾸는 부드러운 힘을 가진 사람 같아서 뿌듯하게 잘 활동하고 있습니다. 단장님, 선배님들께 항상 감사드리고 앞으로도 많은 학우들이 함께 참여했으면 합니다.

 

취재: 숙명통신원 16기 우수빈(교육학부16), 17기 임승희 (앙트러프러너십전공18)

정리: 커뮤니케이션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