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내 최초의 아시아 여성 바순 교수, 황윤주 동문을 만나다
INTER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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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0.12
http://haksa.sookmyung.ac.kr/bbs/sookmyungkr/82/51859/artclView.do?layout=unknown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에 소재한 University of Central Florida(이하 UCF)는 재학생 수만 66,000명이 넘는 미국에서 가장 큰 대학 중 하나다. U.S. News & World Report가 발표한 가장 혁신적인 대학에 지난해와 올해 2년 연속 선정됐으며, 최근엔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가 방문해 찬사를 보낸 이른바 신흥 명문이다. 이 대학교에서 이번 학기부터 음악 대학교 학생들을 가르치는 우리대학 동문이 있다. 지난 2006년 음악대학 관현악과를 졸업하고 미국으로 건너가 아시아계 여성 최초의 바순 교수(Tenure Track, 종신교수 트랙)가 된 황윤주 동문(관현악과06)이다.

 

숙명여대 음대생으론 처음으로 독일 교환학생을 다녀온 황 동문은 숙명 동문 인재 육성 장학금 수혜를 시작으로 미국 UCLA 석사 학위와 콜로라도 대학교 볼더캠퍼스 박사 학위, 그리고 보스턴대학교와 USC 연주자과정까지 모두 장학생으로 학위를 취득하였다. 한국 최초로 바순/교육학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더블리드 악기의 교육 발전과 국제교류 활성화에 기여하고 싶다는 황 동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 이번 가을학기부터 플로리다 University of Central Florida에 바순 교수로 임용되셨다고 들었습니다. 특히 종신 교수 트랙으로 아시아 여성이 바순 교수가 된 것은 처음이라고 들었는데, 어떤 과정을 거쳐 채용이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먼저 미국의 대학교수 제도에 대해 설명을 드리고 싶습니다. 미국은 계약직 교수와 테뉴어 트랙 교수로 나뉩니다. 계약직은 보통 1년 단위로 계약을 이어가지만 테뉴어 트랙은 조교수로 채용된 뒤 일정기간이 지나면 심사를 거쳐 정년이 보장된 종신 교수가 되는거죠. 당연하겠지만 테뉴어 트랙이 계약직보다 훨씬 까다로운 자격조건과 성과를 요구합니다. 연주 및 연구능력, 논문실적, 학생 지도 경험 등을 두루 갖춰야 하니까요. 저는 University of Central Florida(이하 UCF)에 테뉴어 트랙 교수로 이번 가을학기부터 조교수로 강의를 시작했습니다.

 

저와 같은 길을 선택할 수 있는 후배들을 위해서 채용절차에 대해 조금 자세히 말씀드릴게요. 먼저 채용공고가 나면 지원서와 함께 이력서(curriculum vitae, CV) 연주 동영상 및 레코딩 Cover letter Reference list를 제출합니다. 미국 대학의 search committee(조사 위원회)는 지원자들의 서류를 상의 및 점검하고 지원자의 신원보증인과 통화해 최종후보 3인을 학교로 초대합니다. 초대되어 인터뷰하는 기간 동안 아침 9시부터 저녁식사 때까지 일상적인 대화, 질문을 시작으로 이 조사위원회 5명 이외에 음대 학장, 학교 교수 및 디렉터 등과 미팅을 저의 교육철학과 연구주제, 논문, 취미 등을 물으며 저에 대해서 알기 위해 노력합니다. 저의 행동과 언행 하나하나를 체크하면서 학자, 교육자, 연주자로서의 자질을 파악하는 과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음대 교수님들과 학생들 앞에서 1시간 동안 음악이론 수업을 하였고 끝나면 학생들이 페이퍼를 작성합니다. 저의 교수법, 장점과 고쳐야 할 점 등을 전반적으로 평가한 점수인데, 학생들도 본인의 학교 교수를 선택하는 과정에 참여하는 겁니다.

 

그 대학의 바순 전공 학생이 준비한 음악을 조사위원회와 다른 전공 교수님 앞에서 개인 악기 레슨도 마스터클래스 형식으로 진행하였고 저의 티칭, 학생이 레슨을 통해 얼만큼 향상된 모습을 보이는지 지켜봅니다. 마지막으로 저의 연주 능력을 보여줄 수 있는 리사이틀을 하였고 연주가 끝난 뒤 조사위원회, 교수님들, 학생들이 저의 연주에 관한 여러 관점을 작성하게 됩니다.

 

이런 과정을 모두 거친 뒤 최종 후보 3인 중 마음에 든 사람을 선택합니다. 물론 모두 선택이 되지 않을 수도 있죠. 저는 음대학장님께서 직접 연락을 하셔서 연봉 및 제시한 조건을 협의한 끝에 최종적으로 서류에 서명했습니다.

 


 

- 바순이라는 악기는 일반인들에게 다소 생소합니다. 어떻게 바순을 하시게 됐는지 계기와 함께 바순의 매력은 무엇인지도 말씀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원래 고등학생 때 신문방송학과나 영문과를 목표로 공부했어요. 그런데 우연히 음악도서관에서 월간 클래식 음악잡지에서 한양 대학교에서 바순을 가르치는 김충배 교수님 관련 기사를 읽었습니다. 김충배 교수님은 미국 템플 대학교 에서 공부하셨는데 본인의 유학 경험과 바순을 연주하는 모습을 소개하는 내용이었죠. 그때 잡지에서 처음 본 그 바순이 정말 멋있고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어요. 나중에 2013년에 한양대 마스터클래스와 한국더블리드협회 관련 일로 김충배 교수님을 직접 뵙게 됐을 때 음악잡지를 통해 교수님 기사를 보고 바순을 시작하게 됐다고 말씀드렸어요. 지금도 제가 존경하는 교수님이십니다.

 

바순은 참 어려운 악기입니다. 더블리드이기 때문에 직접 리드를 만들어야 하고 이런 과정은 악기 소리에 영향을 줍니다. 다양한 시대의 작곡가들이 쓴 오케스트라에서 바순 솔로를 직접 들어보면 얼마나 저음부터 고음까지 연주가 가능한지, 그리고 다양한 캐릭터와 역할을 갖고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저는 이것이 바로 바순의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콜로라도 대학교 볼더캠퍼스 박사 졸업식에서 한국 바순연주자 최초로 박사학위를 받는 황윤주 동문(2017년)

 

- 프로필을 보니 최초, 처음이라는 말이 많이 보입니다. 새로 길을 개척하는 일이나, 해외에서의 유학생활이 녹록치 않았을 것 같은데 어떻게 이겨내셨나요?

 

독일에서 2003 ~ 2004, 미국에서 2006년부터 유학생활을 했습니다. 벌써 미국에서 산지 12년째 입니다. 한국과는 다른 문화와 전통을 가지고 있는 나라들이기 때문에 그 나라의 역사, 문화, 전통을 이해하고자 노력했고, 특별히 그 나라의 언어에 집중하였습니다. 물론 어려움도 있었지만 불가능하다는 말이 싫어서 그냥 해야만 했어요. 대신 분야는 다르지만 남다른 길을 걸은 선구자들의 모습을 보면서 영감을 얻었죠. 특히 부모님의 후원과 격려, 그리고 인생의 중요한 길목마다 만난 멘토들의 조언과 가르침이 저에게 정말 큰 힘이 됐습니다.

 


University of Central Florida 음악대학 동료 교수들과 함께

 

- 관현악과를 졸업하셨는데 재학 시 기억하는 숙명여대는 어떤 학교였나요?

 

저는 2001년 숙명여대에 입학했습니다. 그 당시 음대는 학생회관에 있었는데 새로운 음대건물을 짓는 중이라 연습실 상황이 여의치는 않았죠. 하지만 제2창학캠퍼스로 옮기면서 연습실과 강의실 등 여러 가지 교육환경이 정말 좋아졌습니다. 며칠 전에 관현악과 김경희 교수님께서 롯데 콘서트홀에서 연주한 동문음악회 사진과 동영상을 보내주셨는데 미국에서 보면서 많이 뭉클했습니다.

 

- 동문님은 학교 다닐 때 어떤 학생이셨는지 궁금합니다. 전공 활동 외에 다른 학생 활동을 하신게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전 학교 다닐 때 음악을 전공 했지만 다른 학문에도 관심이 많았어요. 예를 들면 정치, 예술, 역사, 문화와 언어 등을 배우려고 노력했죠. 독일 밤베르크 대학교에 교환학생을 다녀온 뒤 독일어를 더 배우고 싶어서 독일어 전공 수업을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또 오케스트라에서 연주하는 것이 좋아서 세종문화회관 법인 서울시립청소년교향악단에 오디션을 거쳐 숙명여대 최초 관악연주자로 합격해 바순 연주자로 오케스트라 활동도 했습니다.

 


세계적인 Los Angeles Philharmonic 바순 연주자이자 황 동문의 선생인 Shawn Mouser와 함께 한 기념사진

 

- 장영은 교수님과 김경희 교수님의 추천을 받아 우리대학 음대생 최초로 독일 교환학생을 다녀왔다고 들었습니다. 두 분 교수님과의 특별한 인연을 소개해줄 수 있을까요?(아울러 기사를 통해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함께 해주시기 바랍니다)

 

두 교수님은 저의 롤모델이자 가장 존경하는 분들입니다. 이 분들을 만나 함께 공부할 수 있었던 것은 저에게 오아시스와 같았습니다.

 

김경희 교수님은 재학 중 상의를 많이 드렸습니다. 미국에서 공부할 때도 한국 방문 시 교수님을 뵐 수 있었는데, 바쁜 가운데서도 시간을 내어 교수님 본인의 독일 유학 경험 및 음악가로서 가야할 길을 멘토로서 조언해주셨습니다.

 

제가 교환학생을 다녀온 밤베르크대학은 장영은 교수님께서 박사학위를 취득하신 대학입니다. 밤베르크 대학에 음대생으로서 교환학생에 처음 지원한 것도 장 교수님의 추천 덕분이고, 본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도움을 많이 주셨고 그러기에 저에게 의미있는 독일에서의 유학 생활이었습니다.

 

인생에서 멘토를 만난다는 것은 너무나 중요하고 고민이 많던 저의 20대에 두 분 교수님을 만난 것은 행운이었습니다. 진심으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 클래식 음악 분야에서 동양인의 정체성이 연주자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 연구한 논문을 발표하셨습니다. 어떻게 이 주제를 정하게 됐는지와 연구결과 등 논문에 대해 소개를 해주실 수 있을까요?

 

해당 주제는 지난해 이화여대 이화음악논집에 발표한 논문입니다. 미국, 독일, 한국의 음대 및 학위과정을 비교연구한 박사 논문 이후 음악박사로서 처음 내놓은 결과물이죠. 콜로라도대학교 볼더캠퍼스 박사과정 재학 시 음악학과 교수님이신 Dr. Jay Keister의 수업을 들으며 음악가이기 이전에 서양음악을 배우고 가르치는 아시아인으로서 저의 정체성을 찾는 게 정말 중요하다고 가르쳐 주셨습니다. 교수님의 수업을 들으며 많은 아티클을 읽고 리서치를 하였으며 이러한 경험이 해당 주제를 선택하게 된 배경입니다.

 

오늘날 클래식 음악계에는 성공한 동아시아인들이 많습니다. 이런 동아시아인 음악학도들이 학위를 취득하기 위해 미국이나 유럽으로 공부를 하러 갑니다. 이들이 접하게 되는 이질적인 문화, 교육시스템, 그리고 환경이 아시아계 음악가들의 성장과 발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그리고 어떻게 동양적 전통과 서양 클래식 음악이 상호작용하는지, 자신의 인종적/민족적 정체성이 어떤 식으로 투영되는지 논문에서 다뤘습니다.

 

논문을 심사하시는 위원들이 서양 클래식 음악 분야에서 활동하는 동아시아인들이 겪는 이슈를 기존 사료와 저자 개인의 경험 및 인터뷰를 토대로 단단하게 전개했다고 평했습니다.

 

- 음악을 공부하는 후배들에게 더없이 좋은 롤모델이십니다. 학창시절을 어떻게 보내면 좋을지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Be Proactive and Find a Mentor! (인생을 주도적으로 살고 멘토를 찾으시길 바랍니다!)

 


제자들과 황 동문의 UCF 오피스에서 찍은 기념사진

 

- 끝으로, 향후 음악적으로, 혹은 개인적으로 성취하고 싶은 구체적 목표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Asian Double Reed Association을 설립한 Dr. Yoshi Ishikawa, 보스턴 심포니 바순 연주자이자 보스턴 Woodwind Society를 만든 Dr. Matthew Ruggiero, 현재 LA 필하모닉 바수니스트이자 USC에서 바순을 가르치는 Shawn Mouser 등은 저의 스승님이자 바순 교육 발전에 노력하신 분들입니다. 이들의 영향을 받아 저도 2015년부터 한국의 더블리드 악기의 발전, 교류 및 교육을 위해 전세계 오케스트라의 바수니스트와 음대 교수님들을 만나왔고, 그분들의 후원과 지지로 Korean Double Reed Society를 설립하고자 노력했습니다.

 

미국과 유럽에서 여전히 다른 악기들에 비해 더블리드를 하는 아시아 연주자를 찾기 힘듭니다 그러기에 더블리드(바순, 오보에)의 교육 발전과 국제교류 활성화는 중요하고 노력할 예정입니다. 또한 미국, 유럽, 일본, 중국, 대만 등에서 개최된 국제적인 더블리드 학회가 내 나라인 한국에서도 유치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대학교에서 음악을 가르치는 교육자로서는 전세계의 음악대학을 방문해 학생들을 만나고, 그들에게 배움의 기회를 제공하려 합니다. 이번 겨울 12월에 동아시아 중국 상하이와 심천에서 아카데미와 음악대학에 초대장을 받아 바순 학생들과 더블리드 학생들, 교수, 연주자들을 만나러 갈 예정인데 이러한 기회는 아시아계 미국 대학교 교수로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