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으로 마음과 힘을 전해요” 플라워 스타트업 대표 변정해 동문
INTER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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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8.06
http://haksa.sookmyung.ac.kr/bbs/sookmyungkr/82/47315/artclView.do?layout=unknown

오늘날 전 세계 수많은 청년들이 각자만의 기발한 아이디어로 창업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창업인들이 늘어난 만큼, 더욱 참신한 아이템이나 경쟁력이 요구되는 시대에 꽃집 하나로 올해 연매출 10억원을 눈앞에 둔 스타트업 대표가 있다. 마치 간행물을 신청하듯 꽃을 온라인으로 정기 구독하는 서비스와 꽃다발 정가제, 전 직원 정규직과 같은 혁신적 경영으로 업계의 주목을 받는 ‘THE 꽃장수대표 변정해 동문(경영14)이다. 꽃이 주는 힘은 결국 보낸 사람으로부터 비롯된 것임을 가장 중요시한다는 변 대표의 이야기를 숙명통신원이 들어보았다.

 


 

-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경영학과 09학번 변정해라고 합니다. ‘숙명이라는 든든한 울타리 안에서 다양한 경험을 하고 좋은 가르침을 받을 수 있었던 건 행운이었던 것 같아요. 800여시간의 봉사활동 뿐만 아니라 글로벌탐방단, 어학연수, 해외봉사 등의 다양한 기회를 가질 수 있었고, 경영학부를 수석으로 졸업하면서 자신감도 얻었습니다. 자연스레 학업을 이어가려 했지만 결국 마음이 시키는 일을 하게 되었네요. 로스쿨 준비 당시 스터디에서 만난 동료와 함께 현재 ‘THE꽃장수의 공동 대표를 하고 있습니다.

 

- 어떤 계기로 꽃집을 창업하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대학 시절 사회적 기업에 관심이 많았어요. 아시아 소셜벤처 경진대회와 같은 대회에도 나가보면서 사회적 기업을 직접 만들어 보고 싶다는 고민을 많이 했어요. 현재 우리나라는 정부가 주도해서 사회적 기업을 이끌고 있어요. 사회적 기업이 좋은 기여를 하려면 일단 살아남아야 하는데,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는 건 굉장히 어려운 일이더라고요. 그리고 그러한 가치는 굳이 사회적 기업을 표방하지 않더라도 정말 좋은 기업을 만들어 많은 사람들을 고용하고 그들이 생활을 잘 이어나갈 수 있게 도움을 주면 실현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이 사업을 시작하게 됐죠.

 

201510월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와 농림축산식품부가 주최한 농산물 직거래 신사업 아이디어 공모전에서 꽃에 대한 아이디어로 전국 2등에 해당하는 우수상을 탔어요. 이때 받은 상금을 발판으로 ‘THE 꽃장수를 꾸려 나가기 시작했죠. 처음엔 온라인 홈페이지를 통해 사업을 이어나갔는데, 사실 당시 저희가 가진 자본이 너무 적어 선택할 수 있는 아이템이 굉장히 적었어요. 꽃을 아이템으로 삼은 건 물론 좋아한 것도 이유지만, 상품 회전율이 빨라 돈이 적게 들고 시장의 피드백도 즉각 받을 수 있어서였어요.

 

- 꽃 선정부터 디자인까지 대표님이 모두 직접 하시는 건가요?

 

처음엔 제가 다 했지만 지금은 기획팀과 플로리스트팀이 따로 존재하기 때문에 저는 경영에 집중하고 마지막 단계에 컨펌과 피드백을 해요. 기획팀에서 주기적으로 이 시즌의 꽃과 유행하는 아이템을 선정해 상품을 리스트업하면 플로리스트팀이 함께 디자인을 고민하죠. 꽃집이지만 하나의 기업처럼 운영해요. 정기적인 미팅이 있고 일정한 과정을 따라 업무가 쭉쭉 이뤄지니까요. 어떤 장사라도 이렇게 모두의 치열한 고민이 없으면 아무리 낮은 가격에 물건을 팔더라도 살아남기 힘들어요. 그래서 계속 치열하게 노력하고 있습니다.

 

- ‘THE 꽃장수에서만 볼 수 있는 특별함이 무엇일까요.

 

특별한 점은 굉장히 많다고 생각해요(웃음). 대표적인 것이 바로 꽃 정기 구독제예요. 꽃 정기 구독제는 꽃을 미리 주문받고 정해진 기간 내에 정기적으로 배달하는 방식이에요. 대부분의 꽃집에서는 꽃이 빨리 시들기 때문에 냉장고에 꽃을 넣어서 몇 주간 보관하는 형식으로 운영해요. 그래서 재고 리스크가 크고, 꽃 가격도 비쌀 수밖에 없죠. 그렇다면 그 리스크를 낮추면 가격도 내릴 수 있고 계속 싱싱한 꽃을 공급할 수 있지 않겠냐는 것이 저희의 생각이었고, 그 결과 나온 방법이 정기 구독이었어요. 구독자 수를 미리 확보하고 주문받은 수량대로 정확하게 상품을 제작해서 배송하면 가격도 훨씬 낮고 꽃도 싱싱한 상태로 고객이 받을 수 있으니까요.

 

또한 꽃다발 정가제도 있죠.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것이 얼마의 돈으로 어느정도 크기의 꽃을 살 수 있을까인데 저희는 오프라인 가게에 꽃다발 사이즈에 따른 가격을 표시해서 손님들이 쉽게 알 수 있게 해놨어요. 그리고 꽃을 포장할 때에는 항상 쇼핑백에 담아 직접 들고 다니지 않아도 되도록 했고, 자체적으로 개발한 물 포장을 반드시 해드리죠. 꽃을 가져가셔서 선물하고 난 뒤에도 신선할 수 있게요.

 

끝으로 저희는 모든 직원이 다 정규직이라는 점이에요. 이쪽 업계에서 거의 최고 대우를 해줘요. 이번 플로리스트 채용에서는 60:1의 경쟁률을 기록했어요. 보통 기술직 업계에서는 들어올 때부터 정당한 임금을 주고 일을 하는 개념이 없어요. 하지만 저희는 저희 기업의 정도를 지키고자 할 수 있는 최대한의 기준을 지킵니다. 어떻게 보면 그 점이 저희가 사업을 하면서 가장 당당하고 자신 있는 부분이기도 해요.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즐겁고 행복해야 그 마음들이 고객들에게도 전해지잖아요. 이 점이 가치를 전하는 일이 아닐까 싶어요.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 내가 책임지고 있는 사람들을 조금씩이라도 더 행복해 질 수 있게 말이죠. 저희가 해줄 수 있는 정부 지원금 등의 경우도 직접 저희가 찾아서 해주고, 4일 근무제, 여러 인센티브제도도 시행하고 있어요. 후에 사원들이 약 2년 후에 직접 직영점을 낼 수 있도록 해줄 예정이에요. 직영이지만 지분의 50%를 그 직원이 점주로서 갖고, 월급도 있지만 그 지점에 대한 수익도 본인이 가져가는 형태를 지금 계획하고 있어요. 이렇게 다른 회사와는 직원들과의 끈끈함이 저희의 큰 특별함이죠.

 

‘THE 꽃장수라는 이름은 사람들에게 각인되는 게 중요하다는 판단에서 정하게 된 것이었어요. 결국에 우리는 꽃을 파는 사람들이고, 또 사람들이 편하게 이름을 부르고 꽃을 살 수 있는. 그리고 일반적인 꽃집들과는 달리 비교적 중성적인 이미지를 추구하고 싶었어요. 덕분에 저희 가게 이름을 접한 분들은 아무도 잊지 않으시더라고요. 때론 상인들께서 나도 꽃장순데이렇게 말씀하시기도 하시더라고요(웃음).

 


 

- 창업을 하고 경영자로서 겪으셨던 기억에 남는 순간들이 있으신가요?

 

가장 뿌듯했던 순간들은 역시 고객을 만족시켰을 때죠. 외부의 고객들뿐 만 아니라 저희와 함께 일하는 직원들도 고객이 된답니다. 그들이 모두 만족할 때 가장 뿌듯한 것 같아요. 저희가 시행했던 체계들을 반겨주시고, 저희 회사 입사하기 위한 경쟁률도 치열하고 합격 소식을 전할 때 정말 기뻐하는 것도 저흰 너무 고마워요. 하지만 역시 가장 힘들었던 일도 사람들의 마음을 얻는 일이었어요. 이 마음을 얻는 과정에서 내가 보여줘야 하는 리더십, 그리고 우리가 만들어야하는 체계, 이런 것들이 정말 어려운 것 같아요.

 

보통 사업을 한다고 하면 되게 거창한 것부터 생각하지만 사실은 흰 도화지에 점부터 하나하나 찍는 일이거든요. 정말 세세한 것들을 다 직접 정해야 하는데, 이게 여러 사람이 힘을 합치면 조금 더 수월하게 돌아갈 것이기 때문에 직원들이 저희를 좋아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하죠. 그렇게 되면 직원들이 저희가 다른 일로 바빠도 알아서 일을 잘 해줄 수 있잖아요. 지금처럼 가게 운영이 문제없이 돌아가게 된 게 얼마 되지 않았어요. 이렇게 되기까지 정말 힘들었어요. 그 덕분에 저희가 직영점 오픈 등 사업을 확장하는 것에 더 신경 쓸 수 있게 된 것이죠. 그래서 직원교육에도 신경을 많이 쓰는데, 언제든지 나태해 질 수 있고 저희가 추구하는 서비스를 잊을 수 있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가르치고 독려하고 있어요. 제가 10명이 될 수 있게요. (웃음)

 

- 대구 희움 일본군위안부역사관, 한국소아암재단 등 사회공헌도 하고 계시다고 들었습니다.

 

원래부터 위안부 문제에 관심이 많았어요. 저희 가게를 처음 오픈하고부터 매주 한 번씩 가장 좋은 꽃을 골라서 대구 위안부 역사관에 보내고 할머님들 영정사진에 항상 저희 꽃을 둔답니다. 나름의 약속이죠. 한국소아암재단에서는 엄마와 함께하는 웃음꽃 클래스를 열고 있어요. 아이가 아프다보니 가족의 모든 관심과 노력들이 아이에게 집중되어 어머님들이 심리적으로 도움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꽃이라면 어머니와 아이가 함께 할 수 있으면서 어머님들이 굉장히 좋아하실 것 같아 이 클래스를 같이 하게 되었어요. 클래스 과정 자체도 어머님들에게 좀 더 초점을 맞춰져 있어요. 그 분들이 힐링하고 가실 수 있게요. 웃음꽃 클래스는 분기별로 한 번씩 하는데 이번 7월에 한 번 하게 될 것 같아요. 이렇게 저희가 할 수 있는 걸로 시작할 수 있는 일들은 하나씩 해보려고 하고 있어요.

 

- 주문과 제작과정을 보니 동문님의 꽃에 대한 많은 정성을 느낄 수 있었는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요소나 동문님만의 경영철학이 무엇인가요?

 

제가 어떤 빵집에서 본 문구가 있어요. ‘수천 개의 빵을 만들어도 고객님이 먹는 빵은 하나다.’라는 건데요. 저는 꽃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하거든요. 저희가 정말 수백 개의 꽃을 만들어도 고객님이 받는 꽃은 하나이기 때문에 그 하나하나에 소홀히 하지 않으려고 해요. 그 덕에 직원들은 많이 고생하죠. 꽃은 대기업이 쉽게 진출을 하지 못하는 이유가 다 사람 손으로 하기 때문에 자동화로 만들 수가 없어서거든요. 이걸 저희가 먼저 직영으로 지점들을 운영하면서 시스템을 잡아가려고 해요.

 

그리고 저희는 돈이 많은 사람이나 적은 사람이나, 누구나 꽃을 쉽게 접하고 살 수 있으면 좋겠어요. 하루 일당을 벌어 지내시는 분들도 퇴근길에 꽃을 사갈수도 있는 건데 보통 4~5만원 하니까요. 그래서 꽃다발을 하나에 만원에 하는 만원 데이를 만들었고, 퇴근길 버스 정류장에 꽃을 몇 송이 씩 두어 작은 위로를 전하기도 했어요. 꽃을 한 송이에 2천원에 파는 것도 이러한 이유였고요. 그러다 보니 저희 고객층은 굉장히 다양해요. 퇴근길 직장인, 작업자, 어린 학생들, 심지어 경찰관이나 소방관 분들도 오세요. 처음에는 경찰차 보고 깜짝 놀랐어요. 저희가 뭐 잘못한줄 알고(웃음).

 


 

- 꽃집 운영을 통해 앞으로 이루고자 하시는 목표나 꿈이 있으시다면 무엇인가요?

 

구체적인 목표를 말씀드리자면 저희의 올해 예상 매출은 10억 정도 될 것 같아요. 올해 직영지점을 3개 더 오픈하고 내년에 3개를 열어 직영점 6개가 목표고, 목표 매출액은 25억이에요. 내후년에는 4개의 직영점을 더 오픈해서 총 매장은 10, 50억 매출이 목표입니다. 직영점으로 해야 직원들이 돈을 많이 벌수 있어서 직영점으로만 운영하려고 해요. 그리고 숙대점은 상징적인 의미로라도 꼭 내고 싶어요. 학교에 대한 애정이 정말 커서 꼭 내고 싶어요. 그냥 꽃집보다는 북 카페가 좀 더 어울리지 않을까 싶어요. 편안하게 와서 책도 보면서 꽃도 가볍게 살 수 있게 말이죠.

 

궁극적으로는 누구나 꽃을 사러올 때는 꽃장수부터 생각이 날 수 있게 하는 게 저희의 꿈이죠. 이번에 의정부 민락점이 생기면서 기분 좋았던 게, 내선번호가 생겨서 전화로도 모든 지점과 대표실이 연결될 수 있어요. 이렇게 조금씩 기업의 모습을 갖춰가고 있다는 게 참 뿌듯해요.

 

- 창업을 꿈꾸는 숙명인들에게 이것만은 꼭 가슴속에 품어라고 강조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창업이라는 게 흰 도화지에 밑그림부터 새로 그리는 일이기 때문에 거창한 아이디어보다는 내가 어떻게 하면 살아남을 수 있을지, 현실적인 문제에 대해 더 치열하게 고민해봐야 할 것 같아요. 기업이 운영하는데 가장 중요한 목표가 수익이거든요. 지속가능성, 어떻게 하면 살아남을 수 있는지의 문제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해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여기에 기발한 아이디어가 보태진다면 금상첨화겠죠. 그렇게 접근을 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제가 많이 고생을 했던 부분이기도 한데, 리더십에 관련된 많은 경험을 해봤으면 해요. 그게 사람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거든요. 어떻게 하면 내 사람들을 관리할 수 있고 포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고, 또 대학생활들을 하면서 얼마든지 해볼 수 있는 거잖아요. 저는 더 해보지 못한 게 너무 아쉬웠어요. 어떤 조직에서 어떤 갈등이 발생해서 너무 힘들고 괴로워도, 그게 분명 나중에 엄청난 도움이 되니까 그런 경험들에 용기 있게 다 도전해 봤으면 합니다.

 


 

마지막으로, 창업을 하는데 있어서 내가 창업에 어울리는 사람인지 아닌지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하잖아요. 그런데 제일 막중한 건 결국 사람에 대한 일이라는 점이거든요. 사람에 대한 책임감이요. 회사를 다니면 창업만큼의 책임감은 없을 수도 있어요. 반대로 창업을 하면 내가 이 사람을 먹여 살려야 한다는 책임감이 가장 커지게 돼요. 내가 정말 이 책임감을 감당할 수 있는지, 아니면 나는 이런 책임감보다는 조직 속에 스며들어서 일하는 게 더 좋은지에 대해 잘 판단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대신 내가 책임감을 가지고 이 사람들을 관리하면서도 회사에서 예속되어있을 때 느끼지 못했던 자유를 느낄 수도 있어요. 물론 이 자유도 사업이 자리를 잡았을 때를 전제로 한답니다. 힘든 건 똑같아요. 내가 자유가 더 좋은지 아니면 좀 더 안정적인 생활이 좋은지를 고려해봐야 할 것 같아요.

 

취재: 숙명통신원 16기 구나연(행정학과16), 박희영(식품영양학과16), 17기 임서연(르꼬르동블루 외식경영학과 17)

정리: 홍보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