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자 인권 연구하는 대표적 진보 법학자, 홍성수 교수 인터뷰
INTER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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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7.23
http://haksa.sookmyung.ac.kr/bbs/sookmyungkr/82/29517/artclView.do?layout=unknown

틀딱, 메갈, 한남충, 홍어...각종 미디어와 온라인 커뮤니티에 넘쳐나는 표현들이다. 누군가는 그냥 재미로, 또 누군가는 주변에서 다 쓰니까 별다른 문제의식 없이 쓴다. 그러나 그런 말들은 누군가에게 날카로운 비수로 바뀌어 꽂힌다. 치유되지 않는 상처는 미러링이라는 또다른 상처를 낳고, 그렇게 모두는 피해자가 된다.

혐오표현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활발하다. 그동안 만연했던 각종 차별적 언행이 더 이상 방치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이러한 논의에 불을 댕긴 이 중 하나가 바로 우리대학 법학부의 홍성수 교수다. 홍 교수는 매년 교내에서 수업 평가 최우수상을 놓치지 않을 정도로 학생들에게 인기있는 스승이지만, 동시에 인권 문제 등에 관한 우리나라 대표 진보 법학자이기도 하다. 그는 지난 1월 발간한 책 <말이 칼이 될 때>를 통해 혐오표현이란 무엇이고, 우리 사회가 이 문제를 어떻게 다뤄야 할지고민한 결과를 담았다. 이에 숙명통신원이 홍 교수를 만나 얘기를 들어보았다.

 


 

- 안녕하세요, 교수님.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2009년 숙명여대 법학부로 부임했고요, 지금은 법학철학, 법사회학 같은 과목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 법학과를 졸업하고 공부를 하면 판검사를 꿈꾸는 사람들이 대부분일 것 같은데요. 교수라는 직업을 선택하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일단은 문헌을 읽고 분석하고 쓰는 작업이 재미있기도 하고 흥미로웠고, 비교적 잘 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일단은 대학원에 가서 공부를 깊게 해 보자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공부하다 보니까 계속 하게 됐던 것 같습니다.

 

- 2년 연속으로 수업 평가 최우수상을 수상하셨어요. 교수로서는 정말 뿌듯하실 것 같은데, 교수님 수업의 인기 비결이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 글쎄요. 학생들 눈높이에 좀 맞춰서 학생들이 요구하는 게 무엇인지 민감하게 반응하려고 했던 것도 있는 것 같고요. 되도록 현실에서 직접 응용할 수 있는 사례들을 많이 활용한 것이 좋은 평가를 받은 이유가 아닐까 싶습니다.

 

- SNS를 통해 대중과의 활발한 소통을 하고 계신데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뭐 재미로 하는 거라 거창한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닌데요.(웃음) 그래도 연구하는 것과 관련된 간단한 아이디어를 올릴 때가 있는데 그것에 대해 피드백을 직접 받으면 연구하는 데 도움이 될 때가 있습니다. 또 교육에 참고가 되는 경우도 있고요. 나름대로 재미도 있고 유용한 면도 있는 것 같습니다.

 

- 스페인 국제법사회학연구소, 옥스퍼드 사회-법연구소, 런던대학교 등 해외에서 활발한 연구를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해외에서 연구하시면서 한국과 특별히 달랐던 점이라든지, 기억에 남는 특별한 에피소드가 있으신가요?

 

한국도 연구 수준이 굉장히 올라갔기 때문에 외국에 가서 특별히 한국에서는 배울 수 없는 것을 배웠다거나 하는 부분은 크지 않다는 생각을 하고요. 다만 인상적인 부분은 연구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이 잘 구축되어 있다는 것. 그런 점은 아직 한국에 부족한 부분이 아닐까 싶습니다.

 

- 특히 혐오를 중심으로 연구하고 계신데요. 혐오 표현에 주목하시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으신가요?

 

일단은 혐오 표현이 표현의 자유의 극한에 있는 문제거든요.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하는 부분과 금지되어야 하는 부분의 경계선상에 있는 문제기 때문에 이론적으로 흥미를 느낀 점이 있고요. 또 한국사회에서 2010년 이후에 가장 큰 사회 이슈 중 하나다 보니까 계속 관심을 갖고 연구를 하게 된 것 같습니다.

 



- 이 분야에 관해 연구하시면서 가장 보람찼던 적이나 힘들었던 순간이 있으셨나요?

 

아무래도 차별받는 사람들, 소수자의 아픔에 관한 연구를 하다 보니까 자기도 모르게 감정이입을 하게 되는 경우도 있을 수밖에 없고요. 그런 부분에서 좀 정신적으로 힘들었습니다. 제가 직접적인 당사자가 아니니까 아무래도 문제를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을 때가 있는데, 그래서 더 겸허하게 문제에 접근하려고 노력했던 것 같습니다. 연구한 내용들을 가지고 책을 쓰거나 강연을 하고 논문을 쓰기도 하는데요. 아무래도 대중강연에서 청중들이 좋은 반응을 보여주실 때 보람을 느끼게 되는 것 같습니다.

 

- 올 초 <말이 칼이 될 때>라는 책을 발간하셨습니다. 책 제목이 참 인상적이라고 생각했어요. 책을 집필하시면서 기억나는 일화가 있다면 소개해주시겠어요?

 

관련한 논문이 몇 편 있었고, 그걸 바탕으로 책을 집필했어요. 논문의 주요 독자층은 학자인데 <말이 칼이 될 때>는 대중서로서 대중들의 눈높이에 맞춰 집필을 하다 보니 같은 내용을 대중적 언어로 수정하는데 집중했습니다. 그 과정이 힘들기도 했지만, 저 또한 배울 점이 많은 작업이었습니다.

 

- 이 인터뷰를 읽고 관심이 생겨 책을 읽어보실 분들을 위해 특히 어떤 부분을 염두에 두고 읽는 것이 좋을지 간단히 소개 부탁드립니다.

 

대중서이다 보니 독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기 위해 앞부분에 흥미를 끌 수 있는 요소들을 포함시켰어요. 책의 뒷부분에는 본격적으로 혐오 표현과 문제에 대한 개인적, 조직적 차원의 대응 방법이 등장해요. 뿐만 아니라 법적 대응 방법 등을 심혈을 기울여 정리했으니 끝까지 집중해서 읽으면 배울 점, 생각해볼 거리가 더 많을 것입니다.

 

- 그렇다면 혐오, 차별로부터 자유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해 구성원들, 그리고 사회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요?

 

혐오라는 것은 문제의 원인을 직시하지 않고 엉뚱한 희생양을 만들어 원인을 돌리는 것이에요. 따라서 사회구성원들은 사회문제의 근본 원인을 사유하는 훈련을 해야 합니다. 다시 말해, 단편적으로 드러나는 문제가 아닌 심연에 있는 진짜 문제를 파고들려는 노력이 혐오와 차별로부터 내성을 기를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 최근 이슈의 중심에 있는 미투 운동이나 불법촬영/편파수사 규탄 시위 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사실 최근 이슈화되고 있는 문제들은 예전부터 존재해왔습니다. 이제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는 목소리들이 터져 나오는 상황이라고 생각해요. 이런 문제들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어떤 사회적 해법을 내놓을지,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으로 절박하게 대처해야 합니다.

 

- 앞으로의 계획/바라는 것이 있으시다면요?

 

그동안 차별과 혐오 문제에 대해 공부해왔는데, 앞으로도 관련 주제를 계속 연구하며 다양한 저술 작업 등을 병행할 예정입니다.

 

- 마지막으로 숙명인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려요!

 

저는 우리 숙명이라는 공간이 많은 다양한 이야기들이 오가는 곳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늘 해왔습니다. 수업시간에서뿐만 아니라 동아리, 학생회 같은 자치 공간이나 일상에서도 서로의 생각을 나누고 치열하게 토론하는 기회가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그것이 대학에서 할 수 있는 가장 귀한 경험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취재: 숙명통신원 16기 우수빈(교육학부16), 17기 이해진(홍보광고학과17), 이혜진(한국어문학부17)

정리: 홍보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