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여성의 행복, 빈칸 채움에서 찾아요” SEN숙명의 행:성 프로젝트팀
INTER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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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12
http://haksa.sookmyung.ac.kr/bbs/sookmyungkr/82/28979/artclView.do?layout=unknown

요즘 서점에 가면 가장 많이 보이는 책들이 바로 자기계발서다. 남녀노소를 대상으로 성공한 사람들의 00한 습관과 같은 류의 제목으로 처세술을 가르치는 책이 베스트셀러 서가 상단을 채우고 있다. 주로 사회에 입문하는 청년들, 혹은 승진이나 재테크에 관심이 많은 직장인들이 대상이다.

그런데 도서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 받은 중년 여성들을 대상으로 특별한 자기계발서를 만들었다는 우리대학 재학생들이 있어 화제다. ‘중년 여성을 위한 빈칸 채우기 책이라는 독특한 콘셉트를 자랑하는 :성의 물음표를 만들어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인 텀블벅에서 펀딩에 성공한 사회혁신 비즈니스 동아리, SEN숙명의 행:성 프로젝트팀을 숙명통신원이 만나보았다.

 


 

- 자기소개 및 동아리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희는 사회혁신 비즈니스 동아리 SEN숙명의 행:성 프로젝트팀 이영선(가족자원경영16), 이정현(중어중문15), 정명주(가족자원경영16), 조하정(영어영문14)입니다. 저희 동아리는 특정 프로젝트를 하고 싶은 사람들이 모여 함께 기획하고 실행하는 활동을 하고 있어요. 현재 미스크(mysc)’라는 영리단체와의 협업을 통해 8개 학교의 지부가 연합활동 및 사회혁신을 위한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 중입니다. 현재 15기가 활동 중인데, :성 프로젝트는 14기 팀원 중 9명이 함께 하고 있습니다.

 

- :성 프로젝트라는 이름부터 독특합니다. 소개를 좀 해주시길 바랍니다.

 

:성 프로젝트는 사실 2부에요. :성 프로젝트 1부는 지난해 1학기에 우리대학 재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성과 관련된 지식 강연회 개최였어요. 이때 행:성 프로젝트의 제목은 행복한 성이라는 뜻이었어요. 그러다가 이번에는 내 마음을 위한 선물을 기획해보자해서 2학기부터 행복한 여성으로 확장해 행:성 프로젝트 2부를 진행하게 됐습니다.

 

프로젝트 초창기에는 갱년기 여성에게 좋은 차나 비타민을 선물로 주는 것을 생각했어요. 그러나 논의를 거듭하면서 조금 더 근본적 의미의 선물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중년 여성들이 자아를 찾을 수 있게 돕는 방향으로 의미가 모아졌고, 그 결과 빈칸에 자신의 스토리를 적는 책인 :성의 물음표가 나왔죠. 원래는 우리대학 학생들에 현장에서 판매하려고 했는데 의미를 확장해 보다 많은 이들에게 선물을 드릴 수 있도록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인 텀블벅에서 펀딩을 진행했습니다. 지난 521일까지 펀딩이 이어졌는데, 여러 종류의 굿즈도 함께 구성했어요.

 

- 프로젝트에 참고할 만한 자료가 마땅히 없어서 시행과정이 쉽지 않았다고 들었는데요,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처음에는 갱년기 여성들을 위한 가이드북을 제작하려 했어요. 그런데 그러려면 전문지식이 많이 필요한데, 비전문가인 저희가 감당하기 어려웠죠. 대안으로 실제 중년 여성들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아보고자 설문조사와 시장조사를 나갔어요. 중년 여성들 대부분의 고민은 가족이나 자녀 문제에요. 서점에서도 중년 여성을 위한 코너에는 엄마혹은 아내라는 키워드가 없는 책을 찾기 힘들고요. 그래서 이들 자신만을 위한 책이 부족하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프로젝트를 하면서 책의 방향이나 속성에 대해 내부에서도 의견이 많이 갈렸어요. 엄마, , 가족 등의 단어의 사용여부나 책의 말투를 존댓말로 할지 혹은 반말로 할지 등 기본적인 것을 정하는 데만 한 달이 넘는 시간이 걸렸어요. 빈칸을 채우는 책으로 결정한 이후에는 방학 중에 합숙도 해가면서 하루 종일 질문을 생각하기도 했죠. 책 속 사진이나 글귀 등에 관한 저작권 문제 때문에 원래 넣으려고 했었던 것들을 모두 바꾸고 저희가 직접 글을 쓰고 일러스트를 그리기도 했어요. 비전공자들이 처음으로 하는 일에 뛰어들다 보니까 맨땅에 헤딩하는 것처럼 느껴졌죠. 또한 책에 삽입될 작품을 선정하고 작가님들께 연락하는 과정에서 저희 프로젝트에 대해 일부 지적을 받기도 했죠. 이를 통해 저희 프로젝트에 대한 외부의 시선을 처음으로 알게 되었고, 남들에게는 저희의 취지와 다르게 보일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일이 너무 많아지다 보니 구성원들 간에 자연스레 분업이 이뤄졌어요.

 

- 프로젝트 주제를 정할 때 주변에서 많은 사례를 직접 볼 수 있었을 것 같아요.

 

조하정: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쯤 엄마가 갱년기 증상을 보이셨어요. 딸이 두 명이나 있는데도 엄마를 어떻게 대해야할지 몰랐고 감정기복에 대한 대처가 어려웠어요. 사회에서 임신, 사춘기 등에 대한 인식이나 정보는 많으나 갱년기에 대해선 그렇지 않고 단지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고 유난스럽다고 인식하는 시선이 너무 안타까웠어요. 또한 앞서 시장조사를 위해 서점에 갔을 때, 중년 여성을 위한 베스트셀러가 엄마니까 자기계발을 해야 한다는 취지의 책뿐이었던 게 충격적이었어요. 그래서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정명주: 저희 이모는 저와 만날 때마다 사촌동생에 대한 걱정을 늘어놓으셨어요. 그래서 이모는 사촌동생을 제외하고 자신의 삶에 대한 고민은 없으신 건가하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가족이라서 소중하고 끊임없이 고민을 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한편으론 머릿속에 나에 대한 고민을 위한 공간은 없는 것 같아 안타까웠어요. 설문조사 때 중년 여성 88명을 대상으로 어느 분야에 관심이 많은지 물었는데, 주관식 질문이었음에도 51%가 자녀문제를 1순위로 뽑았더라고요.

 

- 질문에 대한 답을 빈칸에 채우는 책인데, 질문은 어떻게 정하셨나요?

 

질문 같은 경우 최대한 주변에 대한 질문은 배제하고 오직 나에 대한 질문을 하도록 만들었어요. 내가 느끼는 감정에 대해 솔직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죠. 단답형이나 호불호를 물어보는 부등호 질문처럼 짧은 질문뿐만 아니라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자세하게 기록하기, 미래 인생의 방향성 적기 등과 같이 거시적인 질문도 있어요. 일기와 달리 일시적이나 단편적이지 않고 인생 전반에 걸친 진중한 답을 쓸 수 있게 했죠. 책에 수록되는 글귀나 문구도 질문에 최대한 부합시키려고 노력했고, 이해하기 쉽게 질문도 직관적으로 하고 예시도 많이 들었어요. 실제로 읽어보면 별거 아닌 작은 질문이지만 온전히 나 자신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고, 한 번도 스스로에게 해본 적이 없는 질문들이에요. 하루에 1분이든 2분이든 자신에 대해 스스로 알아보고 그 감정을 적을 수 있도록 구성했어요.

 

- 프로젝트의 대상을 중년 여성만으로 한정지은 것은 어떤 의미를 담고 있나요?

 

이전에는 아무도 중년 여성을 위한 빈칸 채우기 책을 만들지 않았어요. 청년들의 자아를 위한 책들은 서점에 이미 충분하지만, 우리 20대 여성들의 미래가 되는 중년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코너에는 이러한 책이 비치되어 있지 않잖아요. 한국 사회에선 아직 중년 여성이 행복할 수 있게 하는 것들을 제한시키고 있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제한된 대상을 통한 프로젝트를 달성해야 확장된 프로젝트도 가치가 있다고 의견을 모았어요. 책을 읽고 내용을 채워나가는 과정에서 중년 여성들이 스스로를 사랑할 줄 아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목표한 펀딩 금액을 달성한 것은 이런 가치에 공감하는 이들도 많다는 뜻인 것 같아요. 우리의 방향이 틀리지 않았음을 확인하면서, 더 큰 책임감도 느낍니다.

 

- :성 프로젝트의 지향점과 최종 목표는 어떻게 되나요?

 

이 프로젝트가 당사자들에게 목표를 쥐어주기보다는 자율적으로 방향성을 잡아주는 계기가 됐으면 해요. 빈칸 책을 채우는 데서 끝나는 게 아니라 그게 삶을 바꾸는 시작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더 나아가 최종적으로는 이런 노력을 통해 저희가 살고 있는 세상이 변했으면 해요. 다행히 여성문제에 관심을 가진 분들이 많아서 프로젝트가 계속 이어지리라고 봅니다. 행복한 여성이라는 프로젝트의 명칭이 의아해지는 세상, 성별이 행복을 방해하는 요소가 되지 않아서 인간으로서의 행복을 먼저 논하는 세상이 언젠가 오지 않을까요?

 

 

- 마지막으로 숙명인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사회혁신을 향한 SEN숙명의 프로젝트에 꾸준한 관심 부탁드려요. 사회적 문제에 관심이 높은 학생들이 교내에 정말 많다는 것을 느끼고 있는데, 그렇다면 그 관심사를 위해 직접 발로 뛰어보는 경험을 할 수 있는 SEN숙명에서 함께 사회를 변화시키는 힘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우리 모두 행복하기 어려운 이 시대에서 행복한 여성으로 살아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취재: 숙명통신원 16기 박경은(정치외교학과16), 박희영(식품영양학과16), 17기 박예진(소비자경제학과16)

정리: 홍보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