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해방과 성평등을 꿈꾼다” 중앙여성학동아리 SFA
INTER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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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4.23
http://haksa.sookmyung.ac.kr/bbs/sookmyungkr/82/28505/artclView.do?layout=unknown

여성혐오, 데이트 폭력, 외모 코르셋 등 다양한 사회 문제가 대두되면서 페미니즘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지고 있는 가운데, 여성주의를 공부하고 성평등한 사회를 이끌어가기 위해 끊임없이 활동하는 학생들이 있다. 바로 우리대학 중앙여성학동아리 SFA. 다양한 프로젝트로 여성주의를 실천하며, 숙명인들에게 여성주의를 알리기 위해 앞장서는 당당한 페미니스트 SFA를 숙명통신원이 만나보았다.



 

-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 안녕하세요. 경영학부 14학번 김지수입니다. SFA20161학기에 가입했고 올해부터 회장으로 활동하게 되었습니다.

: 저는 홍보광고학과 14학번 공희재입니다. 저도 20161학기에 SFA에 가입하였고, 현재 부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 저는 사회심리학과 13학번 조은경입니다. 20162학기에 SFA에 가입했어요.

 

- SFA는 어떤 동아리인가요?

 

SFA(Sookmyung Feminists Association)1998년 여성해방과 성평등을 꿈꾸며 탄생한 동아리입니다. 매주 1회 정기세미나를 통해 여성학을 공부할 뿐만 아니라 동아리 회원이 아닌 분들도 참여할 수 있는 공개 세미나, 문화주간, 강연, 영화제, 학술제 등을 열고 있습니다. 또한 교내외의 사건에 대해서는 대자보를 작성하거나 서명운동을 하는 등 다양한 프로젝트 활동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어요.

 

- SFA만의 특징이나 차별화된 점은 무엇인가요?

 

첫 번째는 SFA가 여성학 동아리이다 보니 모든 일에 대해 항상 여성주의적 가치관에 입거해 생각하고 토론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기존에 발언권을 가지던 남학생이 없기 때문에 여성인 우리가 주체적으로 그리고 민주적인 과정을 통해 결정을 내린다는 점도 차별화된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두 번째로는 저희 동아리의 원칙인 상호존대를 꼽고 싶습니다. 호칭도 그냥 이름에 “~를 붙여서 불러요. 이런 원칙을 만든 이유는 가부장적 위계질서를 타파하여 서로 평등한 구조를 만들기 위함입니다. 사소해 보이지만 학번, 학년, 나이를 불문하고 평등한 개개인으로서 토론에 참여한다는 것은 흔치 않은 경험이기 때문에 겪어 보는 것이 그만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는 여대에서 페미니즘을 공부한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큰 차별점이라고 생각해요. 어떤 말을 하더라도 생명의 위협을 받지 않는다는 것? (웃음) 외부에서 페미니즘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면 저희를 보는 시선이 사뭇 달라지는 걸 느껴요. 학문에 대한 편견 없이 자유롭게 배우고, 함께 토론할 수 있다는 게 정말 좋은 점이라고 생각해요.

 


 

- 지난 35일부터 7일까지 재학생을 대상으로 페미니즘 입문자 대상 세미나를 개최하셨다고 들었는데요, 세미나의 내용 및 취지에 관해 더 자세히 들어볼 수 있을까요?

 

이번 세미나는 총 3일에 걸쳐 진행했습니다. 첫째 날의 주제는 페미니즘 개괄이었어요. 여대의 존재 이유, 우리 대학이 진행했던 운동들, 오늘날의 페미니즘 운동 등에 대해 이야기를 했어요. 둘째 날은 여성 혐오 언어를 다루었어요. 여러 사례와 함께 우리 주변에서 아무렇지 않게 사용하는 말들이 왜 여성 혐오 용어인지 분석해보았죠. 세 번째 날에는 대학 생활에서 겪을 수 있는 성폭력을 다루었습니다. 페미니즘 입문자들이 이해할 수 있게 자세하고 기초적인 내용을 위주로 구성했죠.

 

처음엔 18학번 새내기만을 대상으로 개최할 예정이었어요. 주변에서 대학교에 와서 본격적으로 페미니즘 공부를 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거든요. 실제로 이번 학기 18학번 신입 회원 중에는 고등학교 때부터 SFA에 가입하고 싶었다는 분도 계셨고요. 그런데 생각보다 재학생들의 수요도 많더라고요. 그래서 세미나 대상자의 범위를 신입생에서 페미니즘 입문자로 넓히게 됐어요.

 

- SFA의 다양한 활동 중 특히 기억에 남는 활동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2016년 청파제 때 운영했던 보지 좀 보지라는 부스 활동이 기억에 남아요. 항상 여성의 성기는 숨겨야 할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에 우리는 우리 신체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자연스럽게 대면할 기회가 없습니다. 우리는 미디어나 포르노에서 비치는 단편적인 여성의 모습과 자신의 몸을 비교하게 됩니다. 그리고 화면 속 여성의 몸과 다른 자신의 몸이 비정상은 아닌지 의심하게 됩니다. 남성의 시선으로 재단된 우리네 몸이 아닌, 여성 스스로가 주체적으로 그려낸 여성의 신체를 전시하여 우리의 몸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는 점을 알리고자 본 부스를 기획하고 진행했습니다. 남성기를 지칭하는 용어에 비해 여성기는 언급조차 금기시된다는 점에서 보지라는 단어를 사용한 게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물론 재학생들의 반응도 모두 긍정적이지만은 않았습니다. 이름을 바꾸지 않으면 부스를 철거하겠다는 학교 측의 경고도 있었고요. 그 탓에 행사 진행 도중 이름을 수정하긴 했지만, 중요한 주제이기에 끝까지 부스를 운영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모두에게 환영받은 행사는 아니었지만, 사실 페미니즘은 항상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 아닌가요? (웃음) 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학생들 사이에서 회자되고 있어요. 행사 덕분에 자신의 몸을 긍정하게 되었다는 학생도 있던 반면, 거부감을 느꼈다는 학생들도 있었어요. 왜 거부감을 느꼈는지, 아무리 그래도 그 주제는 좀..., 주제는 좋은데 왜 하필 그 단어를...”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는지 고민해주시면 좋겠어요. 그게 우리가 의도한 바이니까요.

 

- 그렇다면 SFA 활동을 하면서 힘들었던 경험이 있으신 지도 궁금합니다.

 

페미니즘은 그동안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해온 것들에 의문을 제기함으로써 기존의 가부장적·남성중심적 체제에 도전하는 담론입니다. 관습처럼 행하던 것들에 이의를 제기하다보니 행사 때마다 교내 구성원들과 마찰이 생기는 것은 불가피한 것 같아요.

 


2017년 청파제 축제 '나는 낙태하고 싶다' 부스 운영

 

- 타대 여성학 동아리와의 교류도 있나요?

 

안태근 성추행 사건으로 촉발된 국내 미투 운동을 지지하기 위해 SFA가 각 대학 단위에 제안하여, 총여학생회, 학회, 동아리 등의 15개 대학생 단위로 조직된 연대체, ‘대학여성단위연대가 있습니다. ‘대학여성단위연대활동의 일환으로 사회 전반에 여성 폭력에 대한 경각심을 촉구하는 웹자보를 직접 작성 및 게시했어요.

 

- 매주 한 번의 정기 세미나를 통해 함께 페미니즘 도서를 읽고 토론을 진행한다고 알고 있습니다. 숙명인들에게 추천하는 페미니즘 도서는 무엇인가요?

 

아직 페미니즘에 대한 거부감이 느껴지고, 왜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하는지 의문이 드는 사람들에게는 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합니다, 82년생 김지영, 우리에겐 언어가 필요하다 (입이 트이는 페미니즘), 여혐민국, 이갈리아의 딸들을 추천합니다.

전반적인 페미니즘 이슈를 개괄적으로 훑고 싶을 때는 페미니즘의 도전, 여성혐오를 혐오한다, 젠더와 사회라는 책을 추천해요. 특히 페미니즘의 도전은 한국 사회에 기반한 이야기를 다루어서 더 추천하고 싶어요. 유명한 페미니즘 책들은 보통 외국 서적을 번역한 경우가 많은데, 페미니즘의 도전은 작가도 한국 사람이고 일본군 위안부, 군사주의처럼 한국적인 주제도 포함하고 있어서 훨씬 와 닿죠.

 

한국 페미니즘 역사에 대해 알고 싶을 때는 한국 여성인권운동사, 우리에게도 계보가 있다(외롭지 않은 페미니즘)를 추천합니다. 그리고 요새 화젯거리인 래디컬(radical) 페미니즘에 관심이 있으시면 성의 변증법. 성 정치학이라는 책을 추천하고 싶어요. 성 정치학은 페미니즘의 바이블이라고 불리기도 하는 책인데, 이미 절판되었기 때문에 중앙도서관에서 빌려보시면 될 것 같아요. 데이트 폭력에 대해서는 그것은 썸도 데이트도 섹스도 아니다라는 책을 추천해요. 마지막으로 외모 코르셋에 대한 책으로는 무엇이 아름다움을 강요하는가, 거울 앞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보냈다라는 책을 추천드려요.

 

- SFA 동아리에서는 최근에 진행되는 미투(MeToo) 운동에 관해서도 이야기를 많이 나누실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일련의 폭로와 미투(MeToo) 및 위드유(WithYou) 현상에 대해 어떻게 바라보시나요?

 

미투 운동에 대해 정말 복잡한 감정을 갖고 있습니다. 미투 운동을 통해 사회 각 분야에서 여성을 향한 폭력이 만연하다는 사실이 대중적으로 알려지고, 숨죽여 지내던 피해 여성들이 용기를 가지게 되었다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미투 운동에 대한 사회의 인식 자체는 아직 절망스러운 수준입니다.

 

피해 사실을 부각하는 자극적인 제목의 기사부터 꽃뱀 운운하는 댓글까지, 미투 운동을 단순히 가십거리로만 소비하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목격할 수 있습니다. 인식이 이러하니 미투 운동에 펜스룰(성추행 등 문제가 될 수 있는 행동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아내 외의 여성들과는 교류를 하지 않겠다는 의미의 시사용어)’로 대처하겠다는 어처구니없는 사고방식이 나오는 거죠.

 

사실 지금까지 자신이 당한 폭력을 고발한 여성들은 참 많았습니다. 2016년에는 ‘#00__성폭력이라는 해시태그로 자신의 활동 분야 내 성폭력을 고발하는 운동도 있었어요. 그동안 피해 사실을 묵인하거나 꽃뱀으로 낙인찍기를 일삼던 이들이 이제야 돕겠다고 나서는 모습이 위선적으로 느껴지기까지 합니다. 가해자는 솜방망이 처벌을 받지만, 성폭력을 고발한 여성들은 사실적시 명예훼손죄와 무고죄 역고소로 고통받는 현실 또한 슬픕니다.

 

이런 사회 전반의 인식이 바뀌려면 가해자들이 형사 처벌받는 선례가 대대적으로 홍보 및 전시되고, 관련 법 제정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그것이 미투 운동의 종착지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스토킹 처벌법 제정 촉구 서명운동 전개

 

- SFA의 향후 계획과 앞으로의 목표가 궁금합니다.

 

올해부터 새로운 체계나 매뉴얼을 만드는 작업에 집중했어요. SFA20년은 더 갔으면 하는 목표를 세웠거든요(웃음). 페미니즘이 부흥하면서 동아리 회원수도, 외부 언론의 연락도 급증했기 때문에 과거 소규모로 운영하던 때의 방식으로는 장기적으로 운영하기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희 SFA는 여대에서, 여자 대학생들이 주체적으로 운영해온 단체이기 때문에 그 존재만으로도 엄청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학내에 여성주의 단체가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교내 분위기에 끼치는 영향이 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고요.

 

저희의 목표는 모든 여성들이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차별받지 않는 사회가 올 때까지 열심히 활동하는 것입니다. 올해는 여러 학우들께 다가가고자 세미나나 프로젝트성 사업들을 많이 진행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 마지막으로 숙명인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자기 검열하지 말되, 끊임없이 함께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여성혐오 사회는 여성들이 스스로 생각하지 못하게 만들기 때문에 우리는 생각할 힘을 스스로 길러야 합니다. SFA에 들어와서 함께 생각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 같습니다.

 

취재: 숙명통신원 16기 박희영(식품영양학과16), 임솔(미디어학부16)

정리: 홍보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