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과학 이슈를 쉽게 전달하고 싶어요" 블록체인 전문기자 박현영 동문
INTER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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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9.23
http://haksa.sookmyung.ac.kr/bbs/sookmyungkr/82/187705/artclView.do?layout=unknown

IT산업계에서 최근 가장 주목받는 트렌드 중 하나인 블록체인 기술은 가상화폐와 NFT 뿐만 아니라 금융이나 제조 및 유통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그 활용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관련 전공자가 아니라면 여전히 그 개념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이들이 부지기수다. 뉴스1에서 블록체인 기술 전문 기자로 활동 중인 박현영 동문(법학부14)은 이러한 ‘지식의 공백’을 메꾸고자 발로 뛰며 독자들에게 블록체인에 대한 기사를 알기 쉽게 전달하고 있다. 정보가 금인 시대에서 블록체인에 대한 정보 비대칭을 해결하기 위해 힘쓰는 박현영 동문의 이야기를 숙명통신원이 들어보았다.

 


 

1. 먼저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민영 통신사 뉴스1에서 ICT과학부 블록체인팀 기자로 근무하고 있는 법학부 14학번 박현영입니다.

 

2. 법학부이신데 과학기술 분야를 취재하시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처음부터 과학기술 분야에 집중할 계획은 아니었어요. 제가 시사저널e에서 기자 생활을 시작할 때가 암호화폐 시장이 태동하던 2017년 말~2018년 초였기 때문에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파트를 맡게 되었습니다. 당시에는 금융 분야와 취재를 병행했는데, 전통 금융 산업보다는 하루하루가 색다르고 신선한 암호화폐 시장이 매력적이더라고요. 블록체인이라는 신기술에 매료되기도 했고요. 그래서 블록체인 전문 매체로의 이직을 결심했습니다.

 

이후 서울경제 블록체인 전문매체인 디센터와 IT 전문매체 디지털데일리에서 블록체인 분야만을 전담했습니다. 꼬박 5년을 블록체인 분야만 취재했는데, 아직 질리지 않아요. 그만큼 매일이 색다르고 트렌디한 산업이어서 그런 듯합니다. 제 전공인 법학과는 관련이 없어 보이지만, 사실 모든 산업이 법과 관련돼 있어요. 특히 블록체인을 비롯한 과학기술 산업이나 암호화폐 시장은 아직 새로운 법을 만드는 과정에 있어요. 언론인으로서 이런 논의에 참여할 수도 있고, 업계의 의견과 규제당국의 방침을 잇는 가교의 역할도 합니다.



 

3. 블록체인, 암호화폐와 관련한 기사를 많이 작성하시는데요, 여러 과학 분야 중 이것에 집중하시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분야의 특성과 관련된 이유, 그리고 커리어적 이유 두 가지가 있습니다. 우선 블록체인 분야는 정말 매력적이에요. 우리 생활을 편리하게 해주는 대부분의 신기술과 달리 블록체인은 사회를 바꾸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블록체인은 단순하게 말하면 데이터의 무결성을 다수가 보장해 위·변조 불가능하게 저장하는 탈중앙화 정부로, 데이터의 저장에 1~2명의 사람이 결정자가 되는 기존의 중앙화 방식과는 다릅니다.

 

아직 기술적으로 완전하지는 못해도, 적어도 탈중앙화라는 기반만큼은 모든 분야에 적용될 수 있습니다. 블록체인 생성에 참여하면 보상으로 암호화폐가 지급되는데, 이걸 일반적인 앱 서비스에 적용하면 콘텐츠나 정보를 제공할 때 보상이 지급되겠죠. 블록체인상 정보는 위·변조가 불가능하니까 콘텐츠의 소유권자도 정확히 알 수 있고요. 이런 방식으로 블록체인은 금융, 예술, 소셜미디어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될 수 있어요.

 

또 커리어적 이유도 있습니다. 비트코인이 처음 세상에 나온 건 2009년이지만 암호화폐 및 블록체인 산업이 본격적으로 태동하기 시작한 건 2017년인데요. 그 시기부터 블록체인 분야를 전문 취재해온 기자들이 국내에는 상당히 드물어요. 때문에 당시 저는 연차가 높지 않아도 충분한 전문성을 쌓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요즘은 그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어요. 암호화폐 산업이 글로벌 단위로 돌아가다 보니 연차에 비해 해외 취재를 할 수 있는 기회도 많았고요. 이런 커리어적 면에서도 장점이 많기 때문에 블록체인 분야에 계속 집중하고 있습니다.

 

4. 동문님께서 작성하시는 기사를 통해 독자들에게 어떤 정보를 전하고 싶으신가요?

 

암호화폐 산업은 아직 규제가 없어서, 암호화폐를 발행하는 기업에서 투자자들에게 필수로 제공해야 하는 정보도 없어요. 대부분의 기업이 도의적 책임에 의해 정보를 제공할 뿐입니다. 때문에 정보 비대칭성이 아주 심한 분야예요. 저는 어려운 암호화폐 관련 정보를 제대로 제공하고, 투자자들이 좀 더 보호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일조하고 싶습니다.

 

또 기반 기술인 블록체인은 여전히 국내에서 공부할 수 있는 자료가 적고, 외국어가 많으며 트렌드는 시시각각 변합니다. 일반 독자들이 기술을 이해하기에 어려운 점이 많죠. 국내 독자들이 글로벌 트렌드도 빠르게 접할 수 있도록 어려운 기술적 이슈를 쉽게 풀어 전달하고 싶습니다.

 


 

5. 동문님께서 보시기에 앞으로 주목해야 할 과학적 이슈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앞선 질문에서 말씀드렸던 블록체인과 같은 탈중앙화적인 서비스들을 요즘은 개인이 데이터 소유권을 통제하는 ‘웹3’라고 부릅니다. 정보를 플랫폼에 제공하고, 개인정보 활용에 ‘동의’ 버튼을 누르는 게 웹2였다면 이제는 내 정보를 내가 컨트롤할 수 있는 웹3 세상이 온 거죠. 웹3 서비스가 구현되려면 데이터를 분산화 후 저장해야 하므로 분산화된 데이터 저장 시스템인 블록체인이 그 기반이 됩니다. 블록체인에 기록된 정보는 위·변조되지 않죠.

 

따라서 디지털 콘텐츠에 대한 소유권 정보도 블록체인에 기록하면 훗날 안전하게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어요. 이것을 활용한 콘텐츠가 NFT(대체불가 토큰)로, 블록체인상에서는 소유권 정보가 확실하게 기록되므로 ‘대체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도용 위협 등에 노출되어 있던 디지털 콘텐츠 대부분이 이런 NFT 형태로 진화할 가능성이 높아요. 따라서 웹3와 NFT가 앞으로 과학기술 분야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이슈라고 생각합니다.

 

6. 이 직종에 종사하시며 가장 보람찰 때는 언제인가요?

 

아무래도 독자분들로부터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을 때인 것 같아요. 사실 포털 댓글창에 선플만 달리는 경우는 정말 흔치 않습니다. 그럼에도 종종 ‘잘 읽었다’, ‘분석이 좋았다’ 같은 댓글이 달리면 캡처해두고 오래오래 볼 만큼 행복합니다. 내 기사를 누군가 읽고 있다는 게 한 번 더 실감 나기 때문에 한 줄을 쓰더라도 더 정확하고 통찰력 있게 써야겠다고 마음먹게 됩니다.

 

7. 숙명여대에서의 경험 중, 과학기술 전문 기자로 활동하는 데에 도움이 된 것이 있나요?

 

저는 언론고시반 ‘명언재’를 통해 언론사 입사를 준비했는데요. 그때 배운 저널리즘의 기본과, ‘어떤 기자가 될지’에 대해 선배·동기들과 나눴던 의견들이 지금까지 많은 보탬이 되고 있습니다. 저는 명언재 시절부터 휘발성 강한 기사가 아닌, 오래도록 읽히는 기사들을 쓰고 싶다고 생각했었고 지금도 그런 기사를 쓰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일하다 보면 번아웃도 오고 지칠 때도 많은데, ‘그래도 기자를 계속 하고 싶다’고 마음먹을 때마다 명언재에서 했던 생각들이 많이 떠올라요. 숙대가 아니었다면 할 수 없었을 경험이기에 지금도 늘 감사합니다.

 


 

8. 동문님께서는 현재 빵 관련 뉴스레터 ‘빵슐랭가이드’를 운영하고 계시는데요, ‘빵슐랭가이드’를 시작하신 이유와 뉴스레터에 대한 동문님의 시각이 궁금합니다.

 

빵슐랭가이드는 제 사이드 프로젝트입니다. 저는 빵을 좋아해서 빵 맛집 투어를 즐겨 다녔어요. 그래서 지인들에게 빵집을 추천해주는 일도 많았어요. 2년 전 선배 한 분이 ‘요즘 뉴스레터가 많이 생기는데, 빵 뉴스레터를 하면 되지 않겠냐’고 하셔서 시작해보았습니다. 현재는 구독자 1만 2,000명 정도 되는 국내 최초 빵 뉴스레터로, 내년에는 책 출판을 앞두고 있어요.

 

뉴스레터는 영상 콘텐츠가 대부분인 사회에서 살아남은, 거의 유일한 텍스트 모델이에요. 물론 유튜브나 브런치에 비해 구독하기 위한 단계가 더 길어 구독자를 모으기 쉽지 않지만, 그만큼 구독자들의 충성도가 높은 편이에요. 이 인터뷰를 보시는 동문님들 중 미디어 분야를 공부하시는 분들이 있다면 뉴스레터 산업에도 관심을 가져보세요.

 

9. 과학기술 저널리즘 직종을 희망하는 학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나요?

 

우선, 과학기술 분야로 취업하고 싶으시다면 블록체인 기술을 비롯한 웹3 분야에 관심을 가져보세요. 적용될 수 있는 분야가 상당히 많은데다, 암호화폐 때문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또한 현재 블록체인 산업에서는 여성 비율이 극히 낮아요. 아직 초기 시장이니 이 분야에서 여성 리더로서의 기회를 잡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블록체인 분야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으시다면 언제든 기사 마지막에 있는 제 이메일로 연락해 주세요!

 

또 기자, 미디어 직군을 희망하시는 학우님들 중 과학기술 분야에 집중하고 싶으신 분들을 진심으로 응원하고 싶습니다. 여러 과학 신기술 분야는 해외 자료가 많고, 국내 독자들이 정보에 접근하기 힘든 편이에요. 이런 정보를 쉽고 정확하게 전달해 정보 비대칭성을 해소해줄 수 있는 사람들이 많이 필요합니다. 특히 정보의 비대칭이 심한 신기술 분야에서는 이런 부분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커리어적으로도 다른 분야에 비해 전문성을 쌓을 기회가 많기 때문에 꼭 함께하면 좋겠습니다.

 

10. 동문님께 있어 ‘숙명’이란?

 

질문만으로도 마음이 왠지 찡합니다. 사회에 나와서 우리 학교만큼 학우들의 애교심이 넘치는 학교가 드물다는 것을 느꼈어요. 숙대에는 뛰어난 동기, 선·후배들이 정말 많았고, 학교 분위기 자체가 ‘같이 열심히 해보자’는 느낌이다 보니 모든 일에 한계 없이 도전할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저는 무언가에 도전할 때마다 숙대 지하 도서관에서 밤을 새우던 날들, 다 같이 으쌰으쌰하던 그 분위기가 참 많이 떠오를 것 같아요.


저는 재학할 동안 교환학생, 리더십그룹, 고시반 등 숙대가 제공하는 기회들을 최대한 활용하려 노력했어요. 그런 경험들 덕에 무언가를 도전하는 데 큰 두려움이 없어졌습니다. 초반부터 블록체인 분야에 올인할 수 있었던 것도, 그 밑바탕에는 숙대에서 배운 도전정신이 있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사회에 나와 보니 이미 각 분야에서 열심히 활약 중이신 학우분들이 많이 계셔서 정말 자랑스럽습니다. 지금도 각자의 자리에서 숙명을 빛내고 계실 학우님들을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박현영 동문 이메일: hyun1@news1.kr

 

취재: 숙명통신원 20기 서채운(미디어학부 19), 21기 정서영(행정학과 21)

정리: 커뮤니케이션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