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화된 콘텐츠로 미지의 세계에 발을 내딛는 ‘CAReer Woman’, 크리에이터 최서영 동문
INTER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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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9.14
http://haksa.sookmyung.ac.kr/bbs/sookmyungkr/82/184173/artclView.do?layout=unknown

맨땅에 헤딩, 새로운 분야에 발을 내딛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떠올리는 말일 것이다. 특히 개인 콘텐츠를 제작하는 이들은 시작의 과정에서 맨땅에 수도 없이 헤딩하는 과정을 거친다. 최서영 동문(미디어학부10)은 기자 생활 중 접하게 된 자동차 산업에 매력을 느껴 퇴사를 감행, 자동차를 리뷰하는 프리랜서 크리에이터로 변신했다. 현재 유튜브 채널 ‘차봤서영’을 운영하는 최 동문은 독창적인 시각으로 자동차에 관한 정보를 전달하며 대중과 소통 중이다. 만능 크리에이터 최 동문의 이야기를 숙명통신원이 전한다.

 


 

1.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최서영입니다. 지난 3년간 연합뉴스에서 기자 겸 크리에이터로 활동하다 현재는 퇴사 후 개인 브랜딩을 만들어가고 있어요. 유튜브 채널 ‘차봤서영’을 운영하며 자동차 관련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고, 다양한 플랫폼에서 MC나 인터뷰어로 활동하며 프리랜서로도 활동 영역을 넓혀 가고 있습니다. 숙명과 함께하며 치열한 눈송이로 20대를 보내왔다고 자부하는데요. 어느덧 사회인이 되어, 인터뷰를 통해 후배님들과 만날 수 있어 감회가 무척 새롭습니다.

 

2. 자동차에 관한 콘텐츠로 유튜브를 운영 중이신데, 자동차에 깊은 관심을 가지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왜 하필 ‘자동차’ 콘텐츠를 만들고 있는지에 관한 질문을 많이 받아요. 시작은 완전히 우연이었어요. 연합뉴스에 입사 당시 주어진 첫 임무가 자동차 산업을 취재하는 것이었거든요. 회사는 제 잠재력을 처음으로 알아봐 주고 제게 일할 기회를 준 곳이잖아요. 누구보다 잘하고 싶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죠. 바퀴가 네 개 달렸다는 사실 말곤 자동차에 대해 아는 것이 없었거든요. 심지어 면허도 없었습니다.

 

그랬기에 처음 1년 간은 맨땅에 헤딩이었어요. 2년 차엔 점점 이 분야에 적응하며 자동차 산업의 구조와 소비자들의 특성에 대해 파악하기 시작했어요. 3년 차가 되어서야 진심으로 관심을 가지게 되었어요. 신입 시절, 자동차라는 황무지 같은 분야에서 여성 오피니언 리더로서 활약할 수 있을 것이라 믿어 주신 회사의 감사한 분들이 생각나더라고요. 응원과 지지 덕분에 고비가 와도 ‘조금만 더 해 보자’라고 스스로에게 동기 부여를 많이 했던 것 같아요.

 


 

3. 지속적으로 콘텐츠를 제작하려면 자동차에 대한 많은 공부가 필요할 것 같아요. 자동차와 관련된 정보 탐색 및 조사는 주로 어떤 방식으로 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자동차 업계를 누빌 때는 항상 ‘나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구나…’ 같은 자괴감을 느꼈어요. 잘하려고 공부하는 게 아니라, 공부하지 않으면 아예 살아남을 수 없었죠.

 

언론사에 다녔기 때문에 다양한 매체의 뉴스를 쉽게 접할 수 있었어요. 관련 기사는 한 글자도 빼놓지 않고 다 읽는 것이 목표였죠. 업계 특성상 전문 용어가 정말 많았는데, 최대한 쉬운 언어로 용어 정리집을 만들어서 외우고 다녔어요. 수 차례 새기고 곱씹으면 종국엔 그 말이 익숙해지는 날이 오더라고요.

 

영상 정보의 뿌리도 결국 활자로부터 시작한다는 믿음을 가지고 자동차와 관련된 거의 모든 책을 다 읽었어요. 책은 정보를 깊고 넓게 다루기 때문에 광범위한 정보를 받아들이기 용이하고, 한 권의 책을 다 읽고 나면 대뇌 피질이 자극되는 기분이 들죠. 자신감은 덤으로 찾아오고요.

 

4. 동문님의 자동차 시승 콘텐츠를 보면, 음식의 맛을 표현하듯이 정말 다양하고 섬세한 표현으로 시승감을 소개하시던데, 이러한 표현법은 따로 연구하시는 건가요?

 

맞아요. 처음 자동차 시승 영상을 제작할 때부터 고민한 부분이었는데, ‘쉽고 친절하게 가자’는 자세를 취하는 게 맞겠더라고요. 수많은 자동차 시승 영상을 모니터링 했는데, 무엇 하나 쉽게 느껴지는 콘텐츠가 없었어요. 자동차 시승이라는 게 사실 굉장히 주관적인 정보예요. 같은 자동차여도 체구에 따라 운전석에 앉았을 때 느낌이 달라지기도 하고요. 평소 운행했던 차종에 따라서 주행감을 전혀 다르게 느끼기도 하죠.

 

정답은 없다는 걸 시간이 지나서야 파악했어요. 그때부턴 실제로 느끼고 있는 감각에 집중했어요. ‘다양한 비유를 더해 최대한 쉽게 설명하자’가 모토였죠. 왜 그렇게 느끼게 됐는지가 중요했어요. 감각의 원인이 자동차의 제품 스펙이나 동력계에서 기인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것을 탐구하려는 노력을 많이 했어요. 그러다 보면 자동차에 대한 설명이 다시 어려워지는 경우도 있답니다. 여전히 시승감에 대한 표현은 저에게 연구 대상이에요.

 


 

5. 유튜브 콘텐츠 뿐만 아니라 라디오 방송도 진행하고 계신데, 라디오에서 진행하시는 코너에 대해 간략하게 소개 부탁드려요.

 

MBC 라디오 <권용주 김나진의 차카차카>라는 방송에서 제 이름 ‘서영’을 내건 ‘시승하고 왔서영’ 코너를 맡아서 진행하고 있어요. 코너명답게, 현직 자동차 콘텐츠 크리에이터로서 타 본 수많은 자동차들의 시승기를 전달해 드리고 있습니다. 막 출시된 신차의 시승 후기라든가, 수 억원을 호가하는 슈퍼카를 타 본 감상 등을 생생하게 이야기해 드리고 있어요.

 

어린 시절부터 라디오를 좋아했기에, 이 코너가 제게 주는 의미가 큽니다. 방송국에서 가장 경험하고 싶었던 게 라디오 DJ였는데, 자동차 커뮤니케이터로서 실제 라디오 부스에 앉아 제 코너를 진행하게 될 줄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어요. 첫 방송일에는, 감격스럽고 감사해서 눈물이 나더라고요. 그 순간을 오래 간직하고 싶어서 브이로그를 찍고, 영상을 제작했던 기억이 나요.

 

6. 글쓰기 플랫폼 ‘brunch’에서 정기적으로 활동하고 계시는데, 영상으로 대중들에게 정보를 전달하는 것 외에 글로 소통하시는 이유가 있나요?

 

자동차라는 제품은 기계 공학적이고 이성을 통해 해석해야 하는 영역이죠. 저는 사실 사고형보다는 감정형에 가까운 사람이거든요. 일에서 매번 이성적 사고만 발휘하다 보면 이상하게 감성 더듬이가 주저앉는 느낌이라 억지로라도 글을 써 보려고 만들었어요. 글쓰기 플랫폼은 저에게 일종의 배출구 역할이 되어 주는 것 같아요. 언론사에 입사하고 나서부터 독립한 지금까지도 잘 쉬지 못하다 보니 번아웃과 싸워야 할 때가 있거든요. 재미있는 건 그런 고비들을 넘길 적마다 어떠한 종류의 성장을 얻게 된다는 거예요. 크리에이터로 살고 있어서 그런지 그토록 귀한 순간을 기록으로 남기지 못하면 아쉽더라고요.

 


 

7. 전 직장을 퇴사하고 본격적으로 개인 유튜브를 시작하기까지 고민이 많으셨을 것 같아요. 동문님의 새로운 도전에 도움을 준 동기나 사건이 있나요?

 

커리어의 향방을 결정할 때 결과적으로 가장 오래 탐구해야 할 게 결국 자기 자신인 것 같아요. 좋은 회사에서 멋진 선배들과 일하는 기쁨도 좋았지만, 저는 하고 싶은 것이 꽤 많은 사람이었어요. 회사에 소속되어 하고 싶은 것들을 이뤄 나가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지만, 조직의 구성원으로 온전히 기능하면서 자신이 원하는 걸 모두 실현하는 건 사실상 쉽지 않죠. 일과 삶, 그리고 마음 속 꿈이 하나로 이어진 삶을 갈망하게 되더라고요.

 

마음이 이끄는 소리에 귀 기울여서 내린 결정 중 하나가 퇴사였어요. 더 늦기 전에, 인생에서 딱 한 번 정도는 그저 마음이 말하는 소리를 따라가 봐도 되지 않을까, 하는 호기심이 잠 못 들게 하더라고요. 어쩌면 조금은 무모했던 그 용기 덕에 퇴사를 할 수 있었어요.

 

8. 기자로 활동했을 때와 현재를 비교했을 때 동문님께서 느끼는 차이점이 있다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생각하는 방향도 바뀌었고, 만나는 사람의 범주도 달라졌죠. 무엇보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많이 바뀌었어요. 가장 큰 건 조직 생활을 할 때 마음속에 품었던 언론 정신 하나만으로는 먹고 살 수 없다는 뼈아픈 현실을 깨달았다는 점이에요. 진즉 퇴사한 인생 선배들이 ‘퇴사는 현실이야’라고 이야기했을 때, 무슨 말인지 정확히 몰랐거든요. 나와 보니 실감했어요. 회사가 제공해 주는 어떤 도움도 없이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걸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는 점에서 진짜 어른이 되는 듯한 느낌이에요. 돈 벌 궁리 없이 세상에 좋은 일을 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이제는 돈 벌 생각도 열심히 하면서 좋은 일을 하는 사람이 되어야 하니까 압박감이 2배가 됐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과정이 매우 의미있는 건, 더 이상 그저 한 명의 소비자가 아닌 생산자로서 삶을 보는 틀이 확 바뀐다는 것, 그게 생각하는 가장 큰 차이예요.

 


최서영 동문이 모델로 나선 2015년도 숙명여대 광고 '호연지기' 포스터

 

9. 지금의 동문님께 도움이 된 숙명에서의 경험이 있나요?

 

학교 홍보모델이 되어 활동했던 경험이 가장 기억에 남죠. 면접 때 세상을 바꾸는 부드러운 힘을 전파하는 여성 리더로 성장하겠다는 제 말에 심사위원 분들께서 귀기울여 주셨던 기억이 나요. 실제로 숙명인인 것이 부끄럽지 않게 더 열심히 살았어요. 교내 토론대회에 나가서 며칠 밤샘 끝에 대상을 받기도 하고, 외부 메이저 신문에 세상에 전하고 싶은 가치를 담은 칼럼을 써서 수상하기도 했고요.

 

우리 학교는 학생들의 삶 전반에 진심으로 도움이 되는 것들을 많이 제공해 주는 터전이라고 생각해요. 학교에서 열리는 수많은 특강이나 강연들을 손쉽게 접할 수 있잖아요. 대학 시절 강의 시간표 세우듯이 그런 것들을 찾아 들었던 게 도움이 돼요. 훌륭한 교수님들 덕에 인생 전체를 두고 고민할 만한 사회적 문제나, 자신의 존재 이유에 대해 물음을 던지는 것도 잊지 못할 기억이죠. 깔끔하고 시설 좋은 도서관도 가히 최고라고 생각해요. 아침 일찍 들어가서 밤이 깊어지면 도서관에서 나오곤 했는데, 그때 코끝을 스치던 밤공기가 이따금 그립습니다.

 

10. 시대가 정말 빠르게 변화하고 있어요. ‘만능 크리에이터’로서 급변하는 사회로 나아갈 학우들에게 조언 부탁드립니다.

 

가만히 서 있으면 그 자리에 있는 게 아니라 뒤처지는 세상인 것 같아요. 참 무서운 일이지만, 희망적인 것은 내가 움직이고자 하면 무엇이든 만들어 낼 수 있기도 하다는 점이죠. 세상이 빠르게 변화하면서 플랫폼은 다변화되고 있어요. 플랫폼을 단순히 소비하는 데 그치다 보면, 정말 거기에 머물게 돼요.

 

저는 후배님들께서 세상을 유심히 읽고, 주변의 모든 것들을 꿈을 이뤄 줄 인프라와 시스템으로 활용할 수 있었으면 해요. 그러려면 자신을 깊이 탐구하는 것과 더불어 생각이 유연하고 행동이 기민해야 하는 것 같아요. 누구보다 능동적으로 살아가는 이들을 보면, 공통적으로 실행력이 굉장히 좋거든요. 생각만 하는 게 아니라 무엇이든 일단 해보고 부딪히는 것은 다양한 영역에서 활약할 크리에이터에게 가장 중요한 능력입니다.

 

더불어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 여러분의 청춘을,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학우님들의 오늘을 최대한 많이 가까운 곳에 기록해 두세요. 때로는 기록 속에 답이 있답니다.

 

취재: 숙명통신원 21기 김선우(역사문화학과 22), 최예은(중어중문학부21)

정리: 커뮤니케이션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