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지는 비닐을 예술로 재탄생시키는 비닐 아트 작가, 이유리 학우
INTER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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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9.02
http://haksa.sookmyung.ac.kr/bbs/sookmyungkr/82/180082/artclView.do?layout=unknown

“코로나19가 만들어내는 쓰레기, 더 이상 처리할 방안이 없다”

통계청이 발표한 ‘한국의 사회 동향 2020’에 따르면 2020년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택배와 배달이 급격하게 증가하면서 플라스틱과 비닐 등의 쓰레기 배출량이 대폭 늘어났다. 우리대학 이유리 학우(회화과19)는 이같은 통계자료에 주목해 비닐아트라는 독특한 형태의 작품을 구상했다. 코로나19 시기에 대두된 재활용 폐기물 처리 문제에 도움이 되고자 예술에 리사이클링을 접목한 사회 참여성 작품을 선보인 것이다. 일명 비닐아트 프로젝트를 시작한 이유리 학우는 많은 사람들이 환경보호에 동참하길 바라는 마음에 유명 셀럽을 소재로 한 비닐아트 작품을 만들어 적극적으로 홍보에 나섰고, 정크아트 전시회에서 첫 개인전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이에 숙명통신원이 이유리 학우를 만나 잉여가 예술작품으로 재탄생하는 신비로운 비닐아트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1.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현재 숙명여자대학교에서 한국화를 전공하고 있는 이유리입니다. 학교에서는 한국화뿐만 아니라 애니메이션, 공예, 설치 등 다양한 작업을 배우고 있으며, 대외적으로는 비닐아트 작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2. 우선, 첫 개인전을 열게 되신 것 축하드립니다! 소감이 어떠신가요?

 

개인전을 무사히 끝냈지만, 아직 실감이 나지 않습니다. 전시회 전후로 갑자기 들어오는 일들과 급격히 늘어난 일정을 보면 오랜 연습생 생활 끝에 막 데뷔한 신인 아이돌이 된 것 같아요. 사실 작가로 데뷔해서 꿈을 이뤘다는 생각보다는 이제부터가 시작이고, 갈 길이 멀다는 느낌이 더 크게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그동안 정말 힘들었기 때문에 조금의 휴식기를 가지고 싶지만 다음 전시 날짜가 잡혀서 편히 쉬진 못할 것 같습니다. 그래도 정말 기뻐요!

 

3. 영산강 문화관에서 개최한 청년 작가 공모에서 당선되어 전시회를 개최하셨는데 이 공모전의 준비 과정이 궁금합니다.

 

사실 개인전을 이렇게 빨리 열게 될 줄은 몰랐어요. 전시 참여에 흥미를 느껴 저학년 때부터 다양한 단체전시에 참여했었고, 3학년이 되면 개인 전시를 한 번쯤 열어 보고 싶어서 공모전 사이트를 조사했었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영산강 문화관에서 제 작업과 비슷한 주제로 공모를 한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처음엔 경력이 쟁쟁한 선배 작가님들만 공모하시는 것 같았고, 공공기관에서 한 달이나 전시 기회를 주는 거라 굉장히 부담스럽게 느껴져서 하지 않으려 했습니다. 하지만 공모 마감 30분 전에 갑자기 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수업이 끝나자마자 급하게 지원서와 포트폴리오를 작성해서 메일로 보냈어요. 기대를 정말 하지 않았고, 2주쯤 뒤 수업 시간에 문화관 측에서 전화가 왔길래 파일이 잘못돼서 불합격했다는 전화인 줄 알고 받았는데, 합격 전화여서 안 믿기고 신기했습니다.

중간고사 이후 본격적으로 작업을 준비하면서 생각보다 제 작품의 수가 부족하다는 걸 알게 되었고 평소에 꾸준히 작업해야 함을 깨달았습니다. 수업과 병행하며 작업을 해야 했고 리플렛 만들기 등으로 스트레스를 받았지만 동기들이 큰 힘이 되어주었습니다. 실기실에서 매일 동기들과 만나 이야기하니 피로가 많이 해소되었거든요. 처음 해왔던 작업 방식과 조금 다른 실험적인 방식으로 작업해 보고, 작업 영상을 찍으면서 전시 오프닝 행사로 연계체험 준비도 하는 등 저에게 여러모로 가르침을 준 전시였습니다!

 

4. 공모에 선정된 학우님의 첫 개인전 제목 'CELEBRITY: 잉여의 재발견'이 어떤 의미인가요?

 

'CELEBRITY'는 가수 아이유의 곡 'Celebrity'에서 따왔습니다. 제 작품의 소재와 어느 정도 연결고리가 있을 것 같았고, 마침 비닐아트 작품 중에서 아이유 님을 소재로 작업한 작품도 있어서 어느 정도의 홍보목적도 있었습니다.

‘잉여의 재발견’이라는 문구는 제가 쓰고 남은 잉여 비닐로 비닐아트 작품을 만들다보니 작업하면서 비닐이 아름다운 미술작품으로 되어가는 과정을 표현하고자 썼습니다.

 


이유리, <이지금, 아이유>: 가수 아이유를 소재로 작업한 작품

 

5. 유명 셀럽의 모습을 비닐로 표현하셨는데, 이들의 모습을 작품의 소재로 삼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제가 방탄소년단을 굉장히 좋아해서 언젠가 꼭 소재로 삼아 작업해 보고 싶었습니다. 단순히 팬이 되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인생에 도움이 될 만한 덕질(※어떤 분야를 열성적으로 좋아하여 그와 관련된 것들을 모으거나 파고드는 일)을 하는 것이 목표였는데요, 제 전공인 미술 분야에서의 작업을 통해 팬심을 표현해보기로 했습니다. 항상 쓰는 재료보다는 실험적인 재료로 표현해보고 싶어서 재료 소재를 얻기 위해 국내 청년 미술축제 <아시아프>에 갔다가 한 작가분이 비닐을 녹이고 붙여서 영화의 작업을 하신 것을 봤고, 저런 것도 재료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를 계기로 비닐아트를 시작하면서 최초의 소재를 방탄소년단으로 한 거죠. 점차 관심 분야가 다양해지고, 작품세계를 발전시키다보니 작품 소재가 되는 셀럽들도 점차 여러 분야로 넓어졌습니다.

 


이유리, <BLACK SWAN>: 아이돌 방탄소년단을 소재로 작업한 작품

 


이유리, <쫄지 말고 대충 쏴>: 양궁선수 안산을 소재로 작업한 작품

 

6. 환경에 대한 관심이 작품으로 드러나는 것 같습니다. 특별하게 기후 변화 및 환경 분야에 관심을 두게 된 계기가 있으셨나요?

 

환경과 관련된 정크아트를 주 작업으로 하고 있지만, 부끄럽게도 전 처음부터 환경 분야에 크게 관심이 있었던 것은 아니에요. 기후변화에 관련된 뉴스는 교양을 채우기 위해 틈틈이 접하고, 비닐아트 작업을 하면서 리사이클링하기에 좋은 재료를 계속해서 찾다 보니 조금씩 환경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 같습니다.

 


이유리, <뷔닐; 잉여의 아름다움>: 아이돌 방탄소년단 멤버 뷔를 소재로 작업한 작품

 

7. 학우님께서 제작하신 비닐아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이 있으신가요?

 

'방탄소년단'의 '뷔'를 소재로 작업했던 최초의 비닐아트 작품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처음 작업한 비닐아트라 더욱 뜻깊어서 기억에 남는 것 같고, 이 작업물을 보면 작업할 당시 방탄소년단 멤버 중 '뷔'를 가장 좋아했던 것을 추억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 작품을 지금 보면 그해에 방탄소년단을 좋아하며 느꼈던 감정과 콘서트를 방문한 것 등의 기억들이 추억처럼 되살아납니다. 또한, 처음으로 팔려서 수입을 얻은 작품이라 더욱 애정이 간 것 같습니다.

 

8. 앞으로 비닐아트를 통해 작품에 담아보고 싶은 인물이나 소재가 있으신가요?


 

얼마 전까지는 아이돌과 같은 대중적인 셀럽을 위주로 작품에 담았지만, 최근에는 폭을 넓혀 드라마, 영화, 웹툰,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매체에 등장하는 ‘캐릭터’를 비닐아트 소재로 담아 보려고 하고 있습니다. 여러 장르를 덕질해보니 캐릭터 역시 실제 존재하는 인물만큼 대중에게 큰 영향을 주고, 사랑받더라고요. 요즘 작업을 하면서 넷플릭스를 통해 다양한 영상 콘텐츠를 접하고 있는데, 다음 작업의 소재가 될 캐릭터를 찾는 데 정말 좋은 것 같아요. 살짝 스포를 하자면 다음 작품은 <브리저튼>,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슬기로운 의사생활> 등에 등장하는 매력적인 캐릭터들을 소재로 작업을 이어갈 것 같네요. 물론 앞으로도 셀럽 소재 역시 계속해서 가져갈 생각입니다.

 


이유리, <널 향한 눈동자는 odd>: 아이돌 아이브를 소재로 작업한 작품

 

9. 마지막으로 작가를 꿈꾸거나 학우님처럼 덕업일치를 꿈꾸는 학우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분야를 넓혀서 다양한 것을 계속 좋아하고, 접해보세요! 그렇게 한다면 관심 분야도 많아지고, 그 속에서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진로를 정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개인적으로 덕질이 생계를 유지한다는 보장은 없지만, 진정으로 그 분야를 사랑하고, 덕질을 돈벌이가 되는 일과 잘 융합시킨다면 덕업일치가 어느 정도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깊게 빠진 분야가 있다면 그것으로 끝을 볼 만큼 여러 방식으로 덕질을 하시되 사건사고 없는 평화롭고, 안전한 덕질을 기원합니다!

 

취재: 숙명통신원 21기 이채윤(프랑스언어문화학과22), 최예은(중어중문학부21)

정리: 커뮤니케이션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