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상담 필요하면 언제든 찾아오세요”, 숙명인권센터장 이영애 교수
INTER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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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7.04
http://haksa.sookmyung.ac.kr/bbs/sookmyungkr/82/158287/artclView.do?layout=unknown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가 맞아 죽는다는 속담이 있다. 누군가 던진 말 한마디에 기분이 상하고, 때로는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길 수도 있다. 대부분 상대에 대한 배려, 나아가 인권에 대한 감수성이 부족하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다. 우리대학은 이러한 갈등을 예방하기 위해 이번 학기 초 교내 인권 매뉴얼 3종(인권침해 대응 지침서, 인권 존중을 위한 표현 안내서, 학생 면담 지침서)을 교직원들에게 배포했다. 특히 ‘인권 존중을 위한 표현 안내서’의 경우 성별, 성 소수자, 외모, 지역과 같은 다양한 범주의 인권 존중표현 방법을 다양한 사례와 함께 소개하는 안내서로서, 그동안 다른 대학에선 시도되지 않았던 특별한 프로젝트다. 이에 숙명통신원은 이해와 존중을 바탕으로 한 의사소통이 오가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 이번 프로젝트를 추진한 숙명인권센터의 이영애 센터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숙명인권센터 이영애 센터장과 인권상담소 안선정 연구원, 성평등상담소 김민향 연구원

 

1. 안녕하세요.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숙명인권센터의 센터장을 맡고 있는 이영애입니다. 현재 숙명여대 심리치료대학원 놀이치료학과 교수로 재직 중입니다.

 

2. ‘숙명인권센터’는 어떤 역할을 맡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숙명인권센터는 인권상담소와 성평등상담소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인권상담소는 2018년 인권센터가 만들어지면서 개소했습니다. 성평등상담소와 인권상담소 모두 교내 모든 구성원들의 성 평등 및 인권이 침해되지 않도록 예방교육을 실시하고, 침해 상황이 있다면 이를 조사하고, 중재하며, 심의위원회를 통해 사건 관련 의결, 권고 및 조치를 취하는 일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3. 숙명인권센터가 추구하는 가장 중요한 가치는 무엇인가요?

 

업무 중 가장 중요한 핵심은 예방이에요. 그래서 매해 교육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우리대학 프로그램 중에 ‘인권틔움’이 있습니다. 매 학기 10명의 교수님들께서 자신의 전공영역에서 고려할 수 있는 인권에 대해 5~10분 정도의 분량으로 강의하신 것을 E-Class에 탑재하여 비교과 프로그램으로 강의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짧은 시간이긴 하지만, 교수님들께서 흔쾌히 재능 기부 형태로 응해주고 계시고, 2022년 1학기에는 약 690여 명의 학생이 수강 중입니다. 그리고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콘텐츠를 제공받아 방학 동안 E-Class에 탑재하여 비교과 프로그램으로 강의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런 교육들을 통해 학내 인권 존중 문화가 자리 잡기를 바랍니다.

 

4. 올해 배포된 인권 매뉴얼을 제작하시면서 가장 중요하게 여긴 가치나 염두에 두었던 점은 무엇일까요?

 

인권 침해로 인한 초기의 문제에 의미를 두고 진행했습니다. 인권센터장이 되기 전에 위원으로 있었는데, 그때부터 지금까지 사건들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평상시에 예방교육이 잘 되어서 초기 대응이 잘 되었다면, 이렇게 일이 커지지 않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었어요. 사회적으로 인권에 대한 논의가 많이 진행되다 보니 인권에 대한 각자의 의식 수준이 차이가 납니다. 이에 때로는 인권침해를 하거나 당했어도 그것이 인권침해인지 모르거나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몰라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 많습니다. 이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 인권침해 판단 및 대응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있다면, 적절하게 판단하고 초기에 잘 대응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대응 지침 매뉴얼을 제작하게 되었습니다. 이 가이드북들은 저희가 현장에서 조사 및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 속에서 경험한 실제적인 필요에 의해 제작된 것입니다.

 


5. 매뉴얼들 중에서도 ‘인권존중을 위한 표현 안내서’ 같은 경우는 숙명인문학연구소와 인권센터가 공동 개발하여 제작되었다고 하는데, 함께 협업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숙명인문학연구소와 연구하고자 하는 지향점이 같아 좋은 기회로 함께 협업하게 되었습니다. 현재 인문학연구소는 인문학재단의 지원을 받아, ‘혐오’와 관련된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데요. 혐오라는 단어 안에는 인권과 관련된 내용들이 모두 포함됩니다. 같은 주제를 놓고 연구하기에 저희가 인권 존중 표현에 대해 함께 연구하고 싶다고 제안드렸고 흔쾌히 응해주셔서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6. ‘인권 존중을 위한 표현 안내서’를 보면 지금도 자연스레 존재하는 부적절한 표현들이 정말 많다고 느껴집니다. 현대 사회에서 인문학이 인권 문제에 대응하여 어떤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까요?

 

AI 등 고도화된 기술들에 많이 집중하고 있는 사회이지만, 인간을 이롭게 하는 기술이 되려면 인문학적 콘텐츠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인권의 문제도 인간을 존중하고, 인간을 이롭게 하는 것이기 때문에, 인간에 대한 이해가 없이는 인권 문제에 접근할 수 없습니다. 인문학이라고 하는 건 바로 인간을 존중하고 이해하는 기초작업이라고 생각하면 되겠습니다. 인문학적 소양이 꽃피어야 할 가장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7. ‘인권 침해 대응서’에는 인권 침해에 대해 피해자로서, 가해자로서 올바르게 대응하는 방법과 더불어 2차 침해까지 자세하게 기재되어 있는데요. 교수님께서 생각하시는 인권 침해를 대응하는 가장 중요한 자세는 무엇인가요?

 

인권의 핵심은 존중입니다. 나를 존중하는 만큼 남을 존중할 줄 아는 것이 인권의 기초입니다. 인권침해 대응 매뉴얼에서의 첫걸음은 ‘이게 왜 저 사람에게는 문제가 될까?’라는 질문에서 시작됩니다. 그다음 나와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존중하기 위해 ‘어떻게 서로 존중하면서 의사소통할 수 있을까?’, ‘서로 피해를 최소화하고 존중할 수 있도록 어떻게 심리적 거리를 만들 수 있을까?’와 같은 것들을 고민했습니다.

또한, 피해 및 가해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빠르게 떠오르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대응방법을 숙지하기 쉽도록 ‘노떠증상’, ‘이즉주2’와 같은 표어를 만들었습니다. 인권은 곧 내 중심이 아닌 양방향의 존중이라는 점을 잘 생각하시길 바랍니다.

*노떠증상: 피해를 입는 상황일 경우 1)거부 의사(NO) 전달하기 2)인권 침해 현장 떠나기 3)증거자료 수집하기 4)전문기관과 상의하기.

*이즉주2: 가해를 한 상황일 경우 1)이해하기 2)즉시 중단하고 사과하기 3)선택권 주기 4)2차 가해하지 않기

 

8. 이러한 인권 존중과 관련된 매뉴얼들을 통해 교수님이 바라는 숙명은 어떤 모습인지 궁금합니다.

 

인권에 관한 이야기를 할 때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얘기를 많이 합니다. 학교에서도 교수와 학생 사이의 위계, 학년 간의 위계 등이 생기게 됩니다. 학교라는 장소의 특성상 그 위계관계를 완전히 깨버릴 수는 없겠지만, 그 안에서 서로 존중하는 의사소통을 하는 관계를 만드는 것이 대학 내의 가장 건강한 모습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교수와 학생뿐 아니라 학생과 학생 간에도 생각의 차이가 크기 때문에 서로의 생각을 존중하지 않으면 큰 분쟁으로 이어지기가 쉬운데요. 이를 잘 해결하기 위해서는 서로의 생각과 상황을 존중하면서, 적절한 심리적인 거리를 만드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일차적으로 이러한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예방교육입니다. 여기에는 인권침해 개념, 2차 가해 개념, 대응 방법 등이 포함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예방 교육을 통한 대응뿐 아니라 문제 상담, 사건 처리를 통한 피해자 보호, 이 세 가지가 정립된다면 인권 존중 대학의 모습이 만들어질 것이라 생각됩니다. 이를 위해 성평등상담소와 인권상담소의 연구원들과 함께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교육을 한다고 해서 인간관계에서의 문제가 완전히 사라질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문제를 최소화시키기 위한 노력은 포기하지 않아야 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성희롱 및 인권침해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이를 스스로 해결하려다 문제가 커지고 더 큰 상처를 받는 일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필요시에는 전문기관의 도움을 받으시는 것이 가장 빠른 해결책이라는 점이라는 점을 꼭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9. 마지막으로 제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We are here’가 센터의 표어입니다. 상담소 문은 항상 열려있으니, 꼭 신고가 아니더라도 대응과 관련한 상담이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찾아주세요. 현재는 온라인상으로도 재미있고 유익한 인권 관련 교육도 계속해서 제공 중이기 때문에, 계속해서 수강하시면 도움이 될 것입니다.

 

10. 인권 센터 상담 신청과 진행 절차는 어떻게 되나요?(※인권상담소 안선정 선임연구원, 김민향 성평등상담소 선임연구원이 답변함)

 

인권상담소와 성평등상담소의 상담 절차는 거의 같습니다. 상담소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바로 이메일로 연동되므로, 사건 신고 전용 이메일로 바로 신청이 가능하고 전화로도 상담 신청이 가능합니다. 인권침해, 성과 관련된 고민이 있을 때 교내 구성원이라면 언제든지 누구나 자유롭게 상담 신청이 가능합니다.

자신이 겪은 일이 신고할 일이 되는지에 대한 질문을 많이 하시는데, 어떤 문제든지 신고는 가능합니다. 절차상의 설명을 해 드리면, 상담 과정에서는 특정 문제에 대해 단정 지어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상담 이후 신고가 되고 나서 사건의 의결은 심의 위원들이 하시게 됩니다. 신고 절차에 들어가면 진술서, 증빙자료, 신고인 및 피신고인 조사, 참고인 조사 등의 과정을 마치고 모든 진술과 자료를 보고 심의 위원회에서 사건을 판단하게 됩니다.

상담과 신고는 누구나 가능합니다. 사건까지 가지 않고 상담으로 해결될 수 있는 사건이 대부분이므로 속앓이 하지 마시고 상담 센터를 찾아주시길 바랍니다.

 

- 인권상담소: 순헌관 608호, 02)2077-7507, humanrights@sookmyung.ac.kr

- 성평등상담소: 순헌관 509B호, 02)710-9021/9873, wehelpyou@sookmyung.ac.kr

 

취재: 숙명통신원 20기 안소현(영어영문학부20), 이지연(역사문화학과20)

정리: 커뮤니케이션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