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념과 동기로 세계와 교류를 이끌어 나가는 문화기획자 임수빈 동문
INTER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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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8.02
http://haksa.sookmyung.ac.kr/bbs/sookmyungkr/82/148488/artclView.do?layout=unknown

문화는 사람과 사람, 국가와 국가 간 보이지 않는 장벽을 파괴하는 부드러운 힘을 지닌다. 한국 문화에 대한 전 세계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요즘, 국내에서 우리 문화의 수출에 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문화 교류의 중심에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이 있다.

문화기획자 임수빈 동문(한국어문학부 03학번)은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에서 한국의 문화 예술 작품을 해외에 알리고, 문화교류 사업을 매개하여 국가 간 우호 증진에 힘쓰고 있다. 굳건한 신념과 동기로 우리 문화의 영향력을 세계에 널리 전파하는 임 동문의 이야기를 숙명통신원이 들어보았다.

 


 

1. 안녕하세요,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한국어문학부 03학번 임수빈입니다. 문화관광학을 복수전공했고, 12년 차 직장인으로서 현재는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에서 대리로 일하고 있습니다.

 

2. 조금은 생소한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및 국제문화교류 기획자라는 직업에 대해 짧게 소개 부탁드립니다.

 

제가 하는 일에 대해 많은 분들이 굉장히 낯설게 느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실 국제문화교류 기획자라는 직군은 없고 문화기획자의 일부로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저도 다른 문화기획자와 같이 문화 프로그램을 기획, 운영, 진행하는데요. 다만, 제가 하는 일이 외국과 교류하면서 한국 작품을 해외에, 해외의 작품을 한국에 선보이기도 한다는 점에서 문화기획자와 차이가 있습니다. 이렇게 국내외를 오간다는 점에서 장소의 차이만 있을 뿐, 문화기획자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3. 문화기획자를 꿈꾸게 된 계기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전공인 한국어문학이 순수학문이다 보니 이를 활용해서 취업하기 쉽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실용 학문을 복수전공하였고, 여러 교양과목을 수강하면서 문화관광학 수업이 가장 잘 맞아 복수전공을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원래 공연 보는 것을 좋아했고, 복수전공을 하면서 관심이 더욱 커져 직접 무대 뒤에서 일해보고 싶다는 생각과 함께 문화와 관련된 교내외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그중 기억에 남는 활동이 예술경영지원센터에서 진행하는 ‘서울아트마켓’에 가서 리포트를 쓰는 수업입니다. 제가 국제문화교류에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도 이 서울아트마켓 행사 때문인데요. 이곳에서 공연을 보면서 이렇게 좋은 우리 작품을 해외에 알리고 싶었습니다.

예술경영지원센터와 같은 국가 기관은 문화체육관광부의 산하 기관으로, 좋은 콘텐츠가 일반인들에게 닿기를 원하고, 또 해외에도 수출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공적 지원금을 제공하며 우리 콘텐츠를 널리 알리기 위해 노력합니다. 저도 이렇게 해외에 우리의 문화 예술 콘텐츠를 알리는 역할을 하고 싶어서 예술경영지원센터 입사를 꿈꾸게 되었습니다. 이후 공연장, 축제, 예술기관 등에서 자원 활동, 아르바이트, 인턴 등 크고 작은 경험을 쌓아서 첫 직장으로 예술경영지원센터에 입사하게 되면서 문화기획자의 꿈을 이룰 수 있었습니다.

 


 

4.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에서 다양한 국제문화교류가 진행되고 있는데요. 문화교류를 기획하시면서 어떤 점을 느끼셨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일을 하면서 이 일을 왜 해야 하는지를 스스로 인지하는 신념과 동기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에서 현재 맡은 업무는 한국과 해외 국가 간 수교를 기념하여 문화 프로그램을 교류하는 사업입니다. 양 국가의 우호 증진을 위한 사업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한국의 문화교류 사업을 매개하는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매우 뜻깊었지만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가끔은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힘든 일도 많았습니다. (웃음) 이렇게 힘든 일을 하면서도 저를 늘 일으켜 세워주는 힘은 제가 하는 일이 세상에 도움이 되고, 이 일로 인하여 행복해지는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이러한 동기와 신념이 제 일이 단순한 ‘밥벌이’가 아닌 자부심을 가진 ‘직업’이 될 수 있게 했습니다. 그러므로 여러분들도 무슨 일을 하고 싶고, 왜 하고 싶은지를 명확하게 생각해 보고 세상에 나오면 좋을 것 같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5. 국제문화교류를 담당하시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업무 혹은 활동이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국제문화교류 전문인력 양성사업’이 가장 기억에 남는데요. 문화교류에 관심이 있는 대학생들을 인턴으로 선발하여 해외에 파견하는 사업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예술적 안목, 영어 능력, 네트워크 등을 갖추어 영향력을 가진 문화 예술 전문 기획자들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습니다. 그래서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전문 인력을 키워보고자 새 사업을 꾸리게 되었습니다.

해외의 27개 주요 도시에는 문화체육관광부 산하의 재외한국문화원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한국어 수업 및 K-POP 댄스 동아리 친구들의 공연을 도와주는 역할을 하고, 우리나라의 좋은 공연 및 작품을 전시하는 역할 또한 하는 공간입니다.

국제문화교류 전문인력 양성사업은 국제문화교류에 관심 있는 대학생들을 재외한국문화원에 인턴으로 파견하여 3~6개월간 활동하게 지원한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이 사업을 4년 정도 담당하였는데 젊은 인재들을 만나며 즐겁기도 하고 간절함이 느껴지는 학생들에게 많은 길을 보여줄 수 있다는 점이 매우 좋았습니다. 특히, 이 사업에 참여했던 학생들이 졸업 후에 국내외 문화 예술 현장에 취업하여 동료로서 함께 일하게 되었을 때 큰 보람을 느꼈습니다.

이 사업은 현재 저희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에서 계속 운영 중이며, 사업 대상이 대학생부터 1년 이상의 경력자까지로 바뀌었으니 관심 있는 분들은 한번 찾아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6. 코로나19 시대가 오면서 국제문화교류의 방향, 방법 등이 많이 바뀌었을 것 같은데 어떤 점이 달라졌나요? 또한, 동문님께서는 이러한 시대에 맞춰 어떤 문화교류를 기획하고 싶은가요?

 

코로나19로 인해 국가 간 보이지 않는 장벽이 생기고 어느새 그것이 사람과 사람 사이의 벽이 된 것 같습니다. 2019년의 사업까지만 정상 범주로 진행되었고, 2020년과 2021년의 사업들은 거의 취소 및 축소되었는데요. 온라인으로 행사를 진행하긴 하지만 공연과 전시가 가지고 있는 현장성이라는 특징이 발현되기 어려워 한계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올 하반기부터는 상황이 좋아진다는 희망을 품고 최대한 정상 범주에서 문화교류 사업을 운영하려고 계획하고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코로나19로 인해 만들어진 보이지 않는 장벽을 허물 수 있는 가장 쉽고 빠른 방법은 문화 예술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문화 예술이 더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7.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에서 일하고 계신 동문님은 한류가 세계로 뻗어 나갈 수 있는 가장 큰 강점이자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제가 생각한 한류의 가장 큰 장점은 ‘지속 가능성’인 것 같습니다. 우리가 한국어, 한식, K-POP, 드라마 등에서 여러 가지 콘텐츠를 가지고 있기에 한 번의 이슈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연계된 여러 콘텐츠가 선보여지는 것이 한류가 점점 더 확대되는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디지털 미디어도 큰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여러 아이돌이 자체 콘텐츠를 제작하여 팬들과 소통하고, 또 이렇게 소통할 수 있도록 받쳐주는 미디어 기술이 있기에 국내를 넘어 해외 팬들에게도 지속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콘텐츠가 있다는 점이 또 하나의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8. ‘숙명’은 동문님께 어떤 의미인지 궁금합니다.

 

숙명은 저에게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자랑스러운 꼬리표 같은 존재인 것 같아요. 일하다 보면 숙대 선배님들의 특징을 알 수 있는데요. 모두가 성실하고, 똑 부러지고, 일도 잘하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꼬리표라고 비유한 이유도 이 때문인데요. 선배님들이 만들어 준 좋은 이미지, 이름에 누를 끼칠까 걱정이 되면서도 또 ‘숙대생 같다’라는 말을 들을 때 그 기쁨이 공존하는 것 같습니다. (웃음)

 

9. 예술경영, 혹은 국제교류 분야의 진로를 꿈꾸는 숙명인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제가 취업 준비를 할 때는 여러 가지 경력이 많을수록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공모전과 같은 활동 프로그램이 많아지면서 이러한 경력을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이 없습니다. 그렇기에 길지 않은 이력서 안에서도 스토리가 있어야 변별성을 갖출 수 있습니다. 무분별한 스펙 쌓기 같아 보이지 않도록 커리어가 흐름에 따라 스토리를 만들어가야 하고, 궁극적으로 어떠한 목표를 향해 가고 있는지를 알 수 있게 구성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제가 종사하고 있는 ‘문화예술기획’ 또는 ‘문화행정’이라는 분야 안에서도 프로그램 기획, 홍보, 예술교육, 예술 창작 및 제작 지원, 조사연구 등 굉장히 여러 가지 갈래가 있기에 관심 있는 분야를 선택해 나만의 목표를 가지고 준비를 하는 게 중요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진로와 상관없이 후배 여러분에게 드리고 싶은 말이 있어요. 많은 것을 겪어보고 실패하고, 또 되돌아 나와서 다시 도전하여 여러 가지를 경험해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재학 시절, 한 강연에서 은희경 작가님이 ‘여러분 나이에는 어느 길을 가든 다시 돌아와서 갈 수 있는 때’라고 말씀을 해 주셨던 것이 기억이 납니다. 그 강연을 들을 때 저는 많이 늦은 나이라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하니 적어도 두어 번은 여러 길을 갔다가 다시 돌아 나와도 되는 때였더라고요. 그 시간을 의미 있게 사용한다면 몇 번이든 도전했다가 돌아와도 괜찮다고 말해 주고 싶습니다. 숙명인 여러분, 응원합니다!

 

취재 : 숙명통신원 19기 김현경(영어영문학부19), 19기 진소영(미디어학부20), 20기 안소현(영어영문학부20)

정리 : 커뮤니케이션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