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아닌 귀로 색을 감상하다, 뉴욕 페스티벌 광고제 수상 양혜민, 권진경 동문
INTERVIEW
5497
2020.09.22
http://haksa.sookmyung.ac.kr/bbs/sookmyungkr/82/110782/artclView.do?layout=unknown

색을 감상하는 것은 을 통해야만 한다는 것. 이러한 고정관념에 돌을 던진 숙명인이 있다. 우리대학 홍보광고학과에 재학 중인 양혜민 학생과 졸업생 권진경 동문이다. 이들은 지난 5, 색을 시각을 통해 직접 인지할 수 없는 장애인들이 청각을 통해 작품을 공감각적으로 감상할 수 있도록 하는 아이디어로 <뉴욕 페스티벌 광고제>의 동상을 수상했다. 편견에 대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완성한 작품이 성과를 거둔 것. 세계 3대 광고제에서 숙명인의 역량을 널리 알린 이들을 숙명통신원이 만났다.

 

1. 안녕하세요. 먼저 자기소개 간략하게 부탁드립니다.

 

양혜민(이하 양): 안녕하세요. 홍보광고학과 15학번 재학 중인 양혜민입니다.

권진경(이하 권): 안녕하세요. 홍보광고학과 졸업생, 15학번 권진경입니다.

    


홍보광고학과 졸업생 권진경 동문, 재학생 양혜민 동문(좌측부터)

    

2. 뉴욕 페스티벌이라는 세계적인 광고제에서 수상하신 소감이 어떠신가요?

    

: 뉴욕 페스티벌에는 전 세계 학생들이 출품을 하고, 모국어가 아닌 영어로 경쟁을 해야 해서 큰 목표를 가지진 않았습니다. 처음 회의 당시 파이널리스트(본상을 선정하기 위해 선발하는 예선작)로 목표를 잡았는데, 예상보다 큰 상을 받게 되어 성취감을 느꼈습니다. 준비과정이 험난했는데, 그만큼 결과가 좋아 평생 잊지 못할 최고의 기억 중 하나가 됐습니다.

    

: 사실 광고 쪽에 관심이 별로 없어서 광고제의 규모를 잘 몰랐습니다. 상을 받고 난 후 세계 3대 광고제임을 알게 되어서 더 놀랐습니다. 학부 시절 공모전에 나갈 때는 항상 기획을 맡았는데 이번에는 음악으로 참여해 상을 받아 더 감회가 새로웠네요.

    

3. 두 분께서 어떻게 함께 작업을 하시게 됐나요?

    

: 원래는 제가 다른 학교 학생들과 칸이라는 또 다른 3대 광고제를 준비하고 있었는데 출품작 아이디어를 발전시키는 과정에서 작곡능력이 있는 팀원이 필요했어요. 색을 음으로 변환시킨 후 그 음들을 이용해 작곡할 수 있는 역량이 있고, 동시에 광고에 대한 기본 지식이 있어 저희가 하고자 하는 바를 확실히 이해할 수 있는 팀원을 원했는데 마침 진경이가 작곡과를 부전공하고 있어서 같이 하자고 제안했습니다.

    

4. 수상작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 수상작의 제목은 ‘Pantone Sounds’입니다. 시각장애인들을 위해 색을 음으로 바꿔 AI가 작곡을 해 음악으로 들려주는 기능을 기존 어플에 추가하는 것을 제안하는 작품입니다. 물론 이 기능 자체는 모든 곳에 활용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저희가 특히 주목했던 상황은 시각장애를 가진 분들의 한정된 문화생활이었습니다. 다른 장애인들에 비해 문화예술을 향유하는 비율이 낮다는 점, 시각이 우선시 되는 문화생활에서 배제가 되고 있다는 점을 문제 상황으로 정의하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자 했습니다. 광고제는 특성상 당장 실현될 수 있는 아이디어보다 참신하고 흥미로운 아이디어를 선호하다 보니 저희도 아이디어를 실현 가능성에 국한시키지 않고 상상력을 첨가해서 이 작품을 만들었습니다.

    

5. 작품을 만들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 작품을 출품하려면 하나의 카테고리당 120달러 정도였는데요, 영어로 적힌 개요를 읽다가 작품당 120달러로 착각하는 바람에 욕심을 냈다가 2,000달러가 넘는 출품비를 낼 뻔한 적이 있습니다. 나중에 알게되어 취소하고 하나의 카테고리만 내기로 했는데 결제창의 2,000달러를 보고 아찔했던 기억이 있네요.(웃음)

    

: 처음 혜민이 팀이 저에게 부탁한 것은 AI가 만들어야 할 곡을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작품에 실린 샤갈의 <나와 마을>의 분위기를 살려서 만들어야 했는데요. 처음 회의 때 설명을 듣고 곡의 방향성을 정하다가 팀원들이 광고 전체에 실릴 BGM도 찾는 것 같아서 그것도 제가 하겠다고 했습니다. 그 자리에서 즉흥으로 만들어서 들려드린 곡을 굉장히 마음에 들어 하셔서, 작품에 삽입하게 된 것이 인상적인 기억으로 남았습니다.

    

6. 수상작을 작업하실 때 가장 신경 쓰셨던 부분이 어떤 것이었는지 궁금합니다.

    

: 저는 영어 작문 문장 하나하나 공을 들였습니다. 아무래도 영어로 저희의 아이디어와 생각을 오차없이 전달해야 했기 때문에 모든 부분이 오해의 여지가 없도록 하는게 목표였습니다. 그리고 아이디어에 쓰인 색-소리 변환 과정이 한국어로도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보니 영어로 어떻게 쉽게 풀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원어민 친구들에게 도움을 받기도 하고, 파파고(AI번역 프로그램)와 절친이 될 만큼 파파고도 많이 활용했습니다.(웃음)

    

: 음악이 계속 흘러 가야하기 때문에 동영상의 분위기와 전환 부분에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똑같은 곡을 셀 수 없이 반복해서 들으니 객관성이 떨어져서 팀원들에게 피드백을 구하면서 했는데, 결과적으로 영상에 아주 잘 맞는 곡이 나와서 마음에 들었습니다.

    

뉴욕페스티벌 수상작 사진


7. 전공 커리큘럼 중 가장 큰 도움이 됐던 부분이 있으시다면 무엇인가요?

    

: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수업을 통해 국제광고제들의 인사이트에 관해 공부했던 게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수업 중 실제 집행되었던 광고 수상작들의 브리프를 보고 분석하며 해외 광고들의 인사이트 발굴 사고방식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또한 영어로 진행되었던 수업이니만큼 한 학기 동안 영어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출 수 있었던 것이 주효했다고 생각합니다.

    

: <광고캠페인 기획> 수업이 광고를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기존에 집행되었던 광고를 보고 역으로 해당 광고를 처음 기획하는 것처럼 브리프를 작성하는 과제를 했었는데요, 그 과정에서 많은 것을 얻었던 것 같습니다.

    

8. 시각장애인의 문화생활에 대한 문제의식을 공감각으로 풀어내신 것이 인상 깊었는데, 이러한 주제를 선정하시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 처음부터 이 주제를 생각했던 것은 아니고, 여러 가지 주제들이 후보에 있었습니다. 그중 실제로 집행이 되었을 때,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가져올 수 있는 아이디어들로 후보를 추리다 보니 후보군이 좁혀졌고, 그중에서도 이 공감각 아이디어가 가장 문제의식과 솔루션이 뚜렷하다고 판단해 선정하게 되었습니다. 색은 눈으로만 볼 수 있는 것이라는 편견을 부수고 색을 느끼는 방법에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는 인사이트를 주고 싶었습니다.

    

9. AI를 활용해 작곡한 음악이라는 소재는 단순 광고뿐 아니라 작곡 능력, 기술에 대한 이해 등 다양한 분야가 합쳐진 결과물인 것 같습니다. 이를 위해 노력하셨던 부분이나 어려우셨던 점이 있으셨다면 말씀해주세요.

    

: 기획한 내용이 실제로 구현될 수 있는지 관련 논문을 굉장히 많이 읽었습니다. 구현 가능한 기술을 제가 가지고 있는 관련 지식을 동원해 작품 방향에 맞추었습니다. 참고를 많이 한 논문의 끝에는 이 기술력으로 곡을 만들 수는 있지만, 음악적인 부분에는 한계가 있다고 쓰여있었는데, 이처럼 최대한 사람들이 듣고 즐길 수 있게끔 곡을 만드는 것이 어려웠습니다. 그림에서 추출할 수 있는 정보를 음으로 변환한 뒤 곡을 만들기에는 쓸 수 있는 음들이 꽤 한정적이기 때문입니다.

    

10. 앞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 퍼포먼스 광고에 기획력을 입히는 마케터가 되는 것입니다. 퍼포먼스라고 하면 운영을 전문으로 하는 성과 위주의 마케터라고 생각되기 쉽지만, 기획단부터 인사이트를 발굴하고 그에 맞는 퍼포먼스 전략을 만들 수 있는 퍼포먼스 마케터가 되고 싶습니다.

    

: 영화, 드라마, 광고 등 영상에 맞는 음악을 입히는 작업을 계속하려고 합니다. 영상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를, 음악을 통해 강화해서 사람들의 마음속에 더 오래 남기고 싶습니다. 사람들의 머리를 움직이는 일을 혜민이가 한다면, 저는 마음을 움직이는 일을 한다고 볼 수 있겠네요.

    

11. 광고 관련 직종으로 나가고 싶어하는 숙명인들에게 하고싶은 말이 있다면?

    

: 제가 광고에 있어 가장 중요하다고 느끼는 건 도전정신입니다. 단순히 광고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의 경험이 결국엔 광고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두려움 없이 도전하는 정신이 필요합니다. 대학 생활 동안 최대한 넓고 다양한 경험을 하시길 바랍니다. 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생각에서 그치지 말고 반드시 도전하세요.

    

: 저는 전공으로 광고를 선택했다 작곡으로 길을 튼 이례적인 케이스입니다. 전공과 본인이 맞지 않아 고민이 많으신 분들에게 하고 싶은 것은 꼭 해보라는 말을 감히 해주고 싶습니다. 음악을 너무 늦게 시작해서 학부 시절에 고민이 많았는데, 그래도 하고 싶은 것을 하다 보니 이렇게 상도 받고, 일도 하게 됐어요. 걱정하고 고민했던 것보다 나은 삶을 살고 있습니다. 지금은 작곡 쪽으로 대학원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늦었다 생각하지 말고 꼭 도전해 보시고, 가능성을 열어 본인의 능력을 발견하길 바랍니다. 파이팅!

    

취재: 숙명통신원 18기 서명지(홍보광고학과18), 안수민(중어중문학부19), 19기 손나은(경영학부20)

정리: 커뮤니케이션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