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조어로 문화를 두드리다” 신조어 아카이버 ‘프롬’ 인터뷰
INTER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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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26
http://haksa.sookmyung.ac.kr/bbs/sookmyungkr/82/105017/artclView.do?layout=unknown

최근 우리 사회에는 수많은 신조어들이 새롭게 등장하고 있다. ‘혼술’, ‘혼밥부터 시작해 일상 속 소소한 행복이라는 소확행이 대표적인 신조어들이다. 하지만 신조어가 세대 간의 소통을 저하시킨다는 생각과 함께 차가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들 또한 많다. 이러한 상황에서, 신조어가 세대 간 소통 저하를 유발하는 것이 아니라 한 세대를 대변하는 언어 표현, 새로운 문화로 자리매김할 수 있음을 사람들에게 설득시키고 이해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단체가 있다. 바로 우리대학 소속 신조어 아카이버로 활동 중인 프롬이다. 일상 속에서 가볍게 쓰이는 신조어가, 사실은 우리의 문화를 반영하고 있는 소중한 단어라는 것을 사람들에게 널리 알리고 공유하고 싶다는 프롬을 숙명통신원이 만나보았다.

 


 

1. 창직 활동과 신조어 아카이버 프롬에 대해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서정원(소비자경제학과18, 이하 서): 창직이란, 말 그대로 세상에 없는 새로운 직업을 만드는 활동이에요. 창업보다 범위가 살짝 더 큰 개념이라고 보시면 더 쉽게 이해하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신조어 아카이버란 기록을 저장한다는 의미인 아카이브(archive)’에서 파생된 말로, 각 세대의 문화를 대변하는 신조어들을 수집하고, 그것을 다시 다양한 사람들에게 보여줌으로써 세대 간 소통을 돕는다는 목적을 가지고 있습니다.

 

2. 다양한 학과의 여러분들이 같이 모여 프롬 활동을 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이우림(홍보광고학과18, 이하 이): 조원 중 세 명이 스타트업 047’이라는 교양 강좌를 같이 듣다가, 어느날 창업아이디어 공모전 공고를 보고 지원을 하게 되었어요. 그 공모전에서 아이디어가 채택됐고, 추가로 2명을 더 모아 5명이서 프롬이라는 팀명으로 창직 활동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3. 신조어를 아카이빙한다는 활동이 어찌 보면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는데, ‘신조어 아카이버로 창직을 결정하게 된 이유가 있나요?

 

나선용(경제학부17, 이하 나): 창직이 이제 이 세상에 없는 새로운 직업을 만드는 거잖아요. 우리 주변에 어떤 직업이 새로 생겨나면 좋을까 생각해보다가 신조어라는 것이 떠올랐어요. 신조어라는 게 사실 우리 문화를 정말 많이 보여준다고 생각했거든요. 예를 들어 저희가 이번 전시회 때 다뤘던 단어 중 하나인 소피커는 소신을 거리낌 없이 밝히는 스피커라는 뜻이고, 밀레니엄 세대들의 키워드이기도 해요. 신조어는 이처럼 그 시대 사람들의 가치관이나 문화를 보여줄 수 있는 좋은 매개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신조어는 우리 문화가 변함에 따라 새로 생겨난 단어들인데, 신조어에 대해서 잘 아는 사람들도 있지만 모르는 사람들도 있는 반면 아예 관심이 없거나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많습니다. 소통을 방해하는 요소라고 생각하기도 하고요. 이런 상황에서 저희는 모든 사람들이 서로가 알고 있는 신조어들을 함께 공유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서로 훨씬 더 많이 소통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것을 계기로 아직 서로 공유되지 못한 신조어들을 찾아 모아서, 서로가 쌍방향으로 소통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방법을 만들어내는 신조어 아카이버라는 직업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4. 현재 신조어는 굉장히 빠르게 바뀌고, 또 많은 종류가 사용되고 있는데요, 다양한 신조어 중 혼족, 추억행, 소피커등과 같은 특정 단어들을 전시 대상으로 선택한 기준이 있었다면 무엇인가요?

 

: 우선 다양한 유행어 중 신조어일 것, 세대를 대표하는 단어일 것, 작가 섭외가 현실적으로 가능할 것이라는 세 조건을 충족하는 단어를 선택했어요. 다양한 세대들이 모두 공감할 수 있어야 하기도 했고요. 동시에, 일상적으로 많이 쓰여 사람들이 친숙하게 느끼는 단어들과, 아직은 그렇지 않은 단어들을 동시에 제시하고 싶었습니다. 예를 들어 혼족이 일상적인 단어라면, ‘추억행소피커는 낯선 단어가 되겠죠.

특히 추억행은 저희가 만든 단어로, 소확행이라는 단어에 추억을 더한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추억행 열차등으로 파생될 수 있는 단어이기도 하고요. 요즘 뉴트로레트로와 같이 조금은 각박한 현재를 떠나 과거를 회상하는 사람들이 많아진 만큼, 많은 수의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단어가 될 수 있게끔 만들었습니다.

 

5. 신조어 아카이버의 직업활동에 있어 일러스트를 활용한 전시회를 구상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 신조어를 모으고 그것을 가공하여 다시 공급하는 과정에서 어떤 방법을 택해야 우리의 목적이 가장 잘 표현될 수 있을지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처음에는 글자를 활용한 조형물을 설치하고, 글로 설명하는 전시회를 하려고 했으나 그것만으로는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지도, 설득력이 충분하지도 못할 것 같았어요. 그래서 사람들의 시선을 쉽게 끌 수 있고,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되 접근 장벽이 낮은 매개체를 고민하다가 일러스트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 결과 여러 일러스트 작가님들과 함께 협업을 진행하게 되었어요.

 


<마포구 상수동에서 열렸던 프롬의 전시회>

 

6. 전시 기획에 있어 가장 신경 썼던 부분이 궁금합니다.

 

김효재(홍보광고학과18, 이하 김): 당연한 말일 수 있지만, ‘신조어라는 컨셉에서 벗어나지 않기 위해 신경을 많이 쓴 것 같아요. 더불어 그 단어가 각 세대를 대표하는 단어이거나, 혹은 저희가 계획한 전시회의 타겟층에 적절히 어울려야 하며, 또 해당 단어에 맞는 일러스트 작가들을 섭외해야 한다는 점에서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전체적으로 저희 직업 전체의 컨셉인 신조어와 목적인 세대 소통에서 멀어지지 않기 위해 가장 많이 신경 썼던 것 같아요.

 

7. 전시회를 진행하면서 겪었던 특별한 에피소드가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 사실 작가님들을 상대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어요. 수많은 작가님들께 콜라보 요청 메일을 보냈지만, 여러 차례의 정중한 거절을 받았고, 심지어는 무시받은 적도 있었어요. 하지만 우리대학 동문이신 꼬닐리오 작가님께서 메일에 대한 답변의 첫 문장에 후배님 안녕하세요라고 적어주셨을 때의 행복함은 말로 다 표현할 수가 없었어요. 이 자리를 빌려 감사드리고 싶어요.

 

8. 전시회를 진행하는 데 있어 기대하셨던 가치와, 성과가 있다면 무엇이었을까요?

 

: 저희 프롬팀이 기대했던 가장 큰 가치는 소통입니다. 그래서 최대한 다양한 세대의 관람객들이 와주시기를 바랐어요. 다행히도 다양한 세대가 각자의 방식으로 신조어를 이해하고 느끼는 소통의 장이 된 것 같아서, 그 부분이 저희가 추구했던 가치인 동시에 최고의 성과였다고 생각합니다.

 

9. 전시를 준비하고, 신조어 아카이버로서 활동하는 데 있어 가장 뿌듯했던 순간과 힘들었던 순간이 궁금합니다.

 

최혜원(소비자경제학과18, 이하 최): 저희 중 미술을 전공한 사람이 없어 전시회에 대한 정보가 적었던 것이 가장 힘들었습니다. 정보를 수집하고, 장소를 디자인하는 데 있어 어려움이 있었어요. 또 전시회에 참여하실 작가님들을 섭외해야 하는데 저희 직업을 작가님들께 설득시키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더라고요. 그래도 결국 설득에 성공해서 작가님 4분과 함께 전시회를 개최하게 됐습니다.

 

가장 뿌듯했던 순간은 전시회에 정말 어렵게 섭외했던 작가님께서 전시회 설치 날에 오신 것이었어요. 생각보다 너무 잘했다고 칭찬하셨을 때 작가님께 전시회를 인정받은 것 같아서 뿌듯했습니다. , 저희 전시회에 500명 정도의 관람객 분들께서 찾아주셨는데, 생각보다 많은 관람객을 유치할 수 있게 되어서 보람찼습니다.

 

10. 앞으로 있을 신조어 아카이버 활동을 소개한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구상 이유와 기대하는 가치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 처음에는 단순히 신조어 사전, 신조어 알림 어플을 생각했었어요. 그런데 신조어 전시회가 생각보다 성공해서, 이와 같은 문화 활동에 신조어를 접목시켜 사람들에게 전달한다면 신조어가 더 많은 사람에게, 더 흥미롭게 전달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번 전시회가 신조어와 전시회의 콜라보였다면, 다음번에는 신조어와 트로트의 콜라보, 신조어와 힙합의 콜라보 등의 활동을 진행할 것 같습니다.

 

또한 저희가 기존에 생각한 신조어 아카이버의 정의는 신조어를 모으고, 연구하고, 전달하는 직업이었는데요. 저희는 한 발짝 더 나아가 신조어 아카이버를 신조어를 재해석하는 직업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예를 들자면 각 사업 분야의 마케팅에 유용한 신조어들을 정리하는 거예요. 대학별로 정리하거나 직종별로 정리하는 것도 흥미로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11. 사람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 저희가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들 중 가장 큰 것은, 신조어라는 것을 마냥 낯설게 볼 게 아니라는 것이에요. 대신 신조어가 사람들에게 더 친숙해져야 하는 것이고, 또 공유되어야 한다는 것을 모두가 알게 되면 좋겠어요. 우리의 문화를 대변하는 신조어를 모두가 함께 공유할 경우, 서로의 문화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하는 매개체가 되지 않을까요?

 

우리가 일상 속에서 가볍게 자주 쓰는 신조어들조차도 자세히 보면 우리의 문화들을 정말 많이 담고 있거든요. 신조어 아카이버의 첫 활동이었던 <너를 위한 신조어 전>을 통해서 사람들의 신조어에 대한 안 좋은 인식이 조금이나마 바뀌었으면 하는 바람이고, 또 몰랐던 서로의 신조어를 공유할 수 있는 좋은 자리가 되었으면 합니다.

 

12. 신조어 아카이버 활동을 통해 얻은 것이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 전시회를 기획하면서 정말 많은 걸 배우게 되었어요. 그중 소통을 목적으로 하는 직업 활동인 만큼 각자 소통하는 법을 가장 많이 배우게 된 것 같아요. 전시 기획에 있어서 서로의 의견이 다를 때도 많았는데, 모두의 의견을 서로 수용하기 위해 노력했거든요. 또한 전시회를 기획하는 것에 있어 작가님들을 섭외하는 방법도 실무를 통해 배울 수 있었어요. 특히, 섭외를 요청할 때 신조어 아카이버라는 직업의 필요성과 중요함을 더욱 강조하려 노력했습니다. 저희는 이 직업을 단순한 교내 활동이 아니라 미래지향적인, 진지한 직업이라고 생각하고 창직을 한 것이니까요. 이 경험을 토대로 어떻게 신조어 아카이버로서 사람들과 소통이 되게끔 해야 하는지 많이 고민하게 됐어요. 앞으로 사회에 나가서도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을 배우는 등 많은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13. 신조어 아카이버로 활동하면서 이루고 싶은 목표나 추구하는 가치를 한 문장으로 표현해주세요.

 

: ‘신조어로 문화를 두드리다가 저희의 핵심 목표이자 가치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과 같이, 소통이 안 된다는 신조어의 단점을 승화시켜 이를 통해 현재 주류 문화를 전 세대가 함께 공감하고 소통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저희 직업 활동의 의미예요. 전 세대가 신조어를 통해 문화를 두드리게끔 하는 것이 프롬의 최종적인 목표입니다.

 

취재: 숙명통신원 18기 서명지(홍보광고학과18), 18기 유혜지(영여영문학부18)

정리: 커뮤니케이션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