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명의 자부심’으로 불린 그녀, 전문MC 김소윤 동문
INTER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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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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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열린 우리대학 축제 청파제 무대에서 그 어떤 출연진보다도 학생들의 환호를 많이 받은 MC가 있다. 깔끔한 진행과 멋진 무대 매너로 현장에서 일명 숙자(숙명의 자부심)’라는 응원을 받은 김소윤 동문(홍보광고학과13)이다. 다양한 행사에서 MC 및 프리랜서 성우로 활동하면서 긍정적인 에너지를 전파하고 있는 김 동문을 숙명통신원이 만났다.

 


 

1.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숙명여대 홍보광고학과를 수료한 숙명의 자부심김소윤입니다. ‘사람의 마음을 여는 목소리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MC와 프리 성우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2. ‘사람의 마음을 여는 목소리’, 그래서 KEYOON으로도 활동하고 계신 건가요?

 

네 맞아요. KEYOON은 열쇠의 KEY와 제 이름 YOON을 합친 단어예요. 이 단어는 제가 고등학생 때 만들었어요. 디자인고등학교 재학 당시 개인의 브랜드 디자인을 해보는 과제가 있었어요. 다른 친구들은 평범한 과제처럼 생각했지만, 저는 저의 브랜드를 만들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만든 게 KEYOON입니다. 열고 잠그는 기능을 모두 수행하는 열쇠와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의미에요. 사람의 마음을 열고', 사람들 간의 문제나 갈등을 해결하고 잠그는능력을 갖춘 사람이요. , '부드러운 리더십과 냉철한 판단력을 동시에 갖춘 사람이 되자는 의미로 만들었어요. 이렇게 제 정체성과 신념을 의미하는 브랜드를 만들고 이를 소개하는 과정에서 제 삶이 많이 바뀌는 것 같아요.

 

3. 정말 뜨거운 반응을 가져왔던 청파제 MC를 한 소감을 말씀해주세요.

 

청파제 MC는 정말 저를 더 성장한 사람으로 만들어줬어요. 모교 축제라 잘하고 싶었어요. 제가 학교 다닐 때만 해도 청파제는 학생들과 좋은 시간을 만들기보다는 외부인 위주의 프로그램들로 이뤄져 청파제에 대한 좋은 기억이 없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이번 축제는 우리 학생들이 좋은 기억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했어요. 차별 없이 모든 학생들이 즐길 수 있는 축제인 만큼 정말 많이 공부하고 책도 많이 읽었어요. 정말 잘 해내고 싶었거든요. 혹시라도 무의식적으로 하는 말이 다른 사람에게 상처가 되지 않도록 평소에도 바른 마음과 정돈된 생각을 가지도록 노력했어요. 소수자 관련 서적, 인터뷰들을 참고하였고 프로그램 기획도 새롭게 했어요. 전반적으로 규모가 큰 행사이다 보니 진행하면서 저를 시험할 수 있는 요소도 참 많았어요. 그 과정에서 저를 한 뼘 더 성장시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청파제는 저에게 정말 행복했던 시간이자, MC인생의 터닝포인트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

 

 

4. ‘숙자라는 별명을 갖게 된 소감이 어떠세요.

 

내가 감히 이런 타이틀을 가져도 되나?’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학생 분들이 그렇게 불러주셨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고, 너무 기뻤어요. 사실 여성 MC가 바닥부터 올라가는 게 쉽지 않아요. 보통 MC는 돌잔치나 결혼식부터 시작해요. 그러나 우리나라는 아직도 여자가 돌잔치나 결혼식 사회를 보면 안 된다는 인식이 여전해요. 구인 게시물을 보면 남성만 받는 경우도 엄청 많아요. 여성은 아예 성별 조건에 없는 거죠. 그래서 훨씬 더 치열하고, 무대가 한 번 주어지면 정말 잘해 내야 해요. 무대에 설 때마다 중압감도 크고, ‘이 길을 계속 가도 괜찮나?’ 하는 두려움도 들죠. 그러나 숙자라는 별명을 통해 이 길을 계속 가고 싶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었어요. 숙명의 자부심에 걸맞은 삶을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했고, 요즘의 저를 열심히 살게 만드는 원동력인 것 같아요.

 

5. MC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사실 MC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도 숙명여대 덕분이었어요. KOSAC이라는 광고 공모전 서울 예선이 우리대학 백주년기념관에서 열린 적이 있어요. 이때 홍보광고학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단기 아르바이트로 행사 진행을 맡았어요. 제가 당시 홍보광고학과 학회장을 맡고 있어 마이크를 잡을 일이 많았고, 성우를 준비하고 있어 목소리도 정돈된 상태였어요. 처음으로 MC를 봤는데 조금 잘했던 것 같아요(웃음). 이날 이후 KOSAC에 참여하셨던 한국광고협회 관계자분이 연락을 주셔서 국제 광고제 MC를 제안하셨어요. 이렇게 처음은 아르바이트로 시작했는데 전문 MC로 점점 영역을 키워나가게 됐죠.

 


<첫 MC를 맡은 KOSAC 광고공모전 서울 예선>

 

6. MC를 하시면서 뿌듯했던 경험을 소개해주세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제가 MC 하는 모습을 보고 다시 연락을 받을 때가 가장 좋아요. 제 가치를 증명해냈다는 뿌듯함을 정말 크게 느끼는 순간이에요. 불안정한 프리랜서 특성상, 일을 맡으면 열심히 하고 그 모습을 좋게 평가하신 분들이 다음에도 MC 제의를 하시거나 명함을 요청하실 때 엄청 뿌듯하고 재미있는 것 같아요. 하나의 무대를 잘 끝냈고, 제가 발전하고 있다는 느낌이 저에게 재미를 주고 힘의 원동력이 되는 것 같아요.

 

7. MC를 하시면서 특이했거나 신기했던 경험이 있으신가요?

 

MC의 역량으로만 채워야하는 시간이 주어졌을 때 신기한 경험을 많이 해요. 제 자신 스스로가 대견하고 놀라울 만큼 분위기를 잘 타는 때가 있거든요. 청파제 때 Max 무대를 소개하며 나오는 노래에 맞춰 살짝 리듬을 타며 등장했는데 학생 분들이 정말 좋아해 주셨어요. 그래서 제가 즉흥적으로 "이 노래를 다시 틀어주시면 MAX 공연이 끝난 후에 다시 보여드릴게요!"라고 했는데, 정말 틀어주시더라고요(웃음). MAX가 공연을 하실 동안, 무대 뒤편에서 유튜브를 보며 연습해서 무대에서 짧게 선보였는데 정말 반응이 뜨거웠어요. 잘 춘 춤은 아니었지만, 많은 학생분들이 그 상황을 유쾌하게 받아주신 것 같아요. 이렇게 제 끼가 적재적소에 맞게 드러날 때, 그로 인해 분위기가 정말 좋아질 때 카타르시스를 가장 많이 느껴요. 정말 찰나의 순간을 잘 살린 제 자신이 대견하면서 신기하죠. 청파제가 아닌 다른 행사에서도 이런 신기한 경험을 많이 했어요. 찰나의 순간을 잘 살리는 게 MC의 능력인데, 제가 이를 해내고 사람들이 미쳤다라고 표현할 만큼 정말 재미를 느낄 때가 참 신기하고 즐겁습니다.

 

 

8. MC에게 센스와 순발력이 굉장히 중요한 것 같은데, 소윤 동문님의 센스와 순발력은 타고나신 건가요?

 

타고난 면도 약간 있는 것 같아요(웃음). 재치있는 어머니의 영향도 있고요. 하지만, 센스와 순발력을 잃지 않으려는 노력도 같이 하고 있어요. 발표, 면접, 자기소개 등 예상하지 못했던 질문을 받을 때 순발력을 기르는 좋은 방법이 있어요. 내 일상을 생중계하는 방법이에요. 예를 들면 버스를 타면, “아 제가 지금 버스를 타고 가는데, 버스에 사람이 많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없네요. 저 간판은 디자인을 조금 다르게 바꾸면 더 좋을 것 같아요. 간판 앞에 서계신 저 분, 오늘 비가 안 오는데 왜 저분은 우산을 들고 있을까요?”와 같이 일상적인 생각을 말로 표현하는 연습을 하는 거예요. 쉬워 보이지만 생각보다 자신의 생각을 빠르게 말로 표현하는 것이 정말 어려워요. 이 방법을 연습하면 순발력이 필요할 때, 급하게 자신의 생각을 조리 있게 표현해야 할 때 정말 도움이 돼요.

 

9. MC를 하면서 힘들었던 점은 무엇인가요?

 

MC프리랜서의 불안정성이 힘든 점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제 주변에는 취업 준비를 하거나 이미 안정적인 직장에 다니는 친구들이 많아요. 그 친구들에 비하면 저는 너무 불안한 직업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내가 하고 싶은 거만 하는 게 내 욕심일까, 나도 안정적인 직업을 찾아야 하나라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그리고 체력적으로도 주어진 무대에 모든 에너지를 쏟아내야 되기에 힘든 점도 있어요. 환경적으로 대한민국에서 여성 MC로 살아남기는 정말 어려운 일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제 자신을 믿으며 계속 버티고 있어요. 저를 성장시키면서 기회가 올 때까지 버티는 거죠. 이런 직업은 제 경력에 따라 제 가치가 달라지기 때문에 계속 나아갈 수밖에 없어요.

 


<CJ 도너스캠프>

 


<LG 드림챌린저>

 


<설민석 쌤과 함께하는 통일대모험>

 

10. 학부생 때 어떤 학생이었는지 궁금합니다.

 

사람들 틈에서 살았고, 사람들과 소통을 많이 하던 대학생이었어요. 2년 동안 과대를, 3학년 때는 학생회 생활을 했어요. 홍보광고학과에서 열리는 대규모 행사가 있었을 때, 학교에 오기 전에 링거를 맞고, 수업과 회의가 끝난 뒤에 다시 링거를 맞으러 병원에 갔던 기억도 나요. 육체가 지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 틈에 늘 있었죠. 학과 회장으로서 행사들을 진행하다 보니 학부생 때부터 마이크를 잡는 게 익숙한 학생이었어요. 또한 다양한 학과 전공을 많이 들었어요. 여러 전공과 재밌어 보이는 교양을 다 들었던 것 같아요. 이렇게 많은 경험을 하려 노력했고, 이 노력이 지금의 저에게 큰 도움이 되었어요.

 

11. 대학 생활 때, 지금 가진 직업에 큰 도움이 되었던 경험이 있으신가요?

 

발표를 많이 했던 게 큰 도움이 되었어요. 항상 사람들 많은 데에서 발표를 어떻게 잘하세요?’라는 질문을 많이 받았어요. 제가 생각하기에 발표를 잘하는 방법은 발표를 많이 하는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지금 못하더라도, 지금 해야만 더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100명 있는 행사를 진행하다 600명 있는 행사를 진행하라고 하면 진짜 떨리거든요. 그러나 그 이전에 청파제같이 많은 사람들이 있는 행사를 진행하고 나면 600명 앞에서 말하는 건 괜찮아져요. 그만큼 학부생활 때 사람들 앞에서 발표했던 많은 경험들은 지금 저의 직업에 큰 도움이 되었어요.

 


 

12. 앞으로 어떤 MC가 되는 것이 목표이신가요?

 

MC는 말을 잘하는 것뿐만 아니라 무대에 올라온 누군가가 말을 잘하도록 돕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행사에 참여한 모든 이들이 주연이 될 수 있도록, 조연의 역할을 충실히 하는거죠. 그래서 저는 행사에 참여한 어느 누구 하나 상처받지 않으면서 이 행사 참 즐거웠다고 추억할 수 있게끔 최선을 다하는 MC가 되고 싶어요. 또 단순히 저 사람 재미있네', ‘말 잘하네가 아니라, 제가 하는 멘트와 행동들을 통해 사람 자체가 참 멋있다라고 느껴질만큼, 멋진 인품과 고유한 분위기를 가진 MC가 되는 게 목표예요.

 

13. 꿈을 향해 나아가는 숙명인들에게 하고 싶은 말 부탁드립니다.

 

꿈을 꾸는 데에는 정답이 없다라고 얘기를 하고 싶어요.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는 정해진 답이 너무 명확하게 있는 세상이잖아요. 제가 휴학을 하고 라디오 DJ로 일할 때, 누구도 너 라디오 DJ로 지내는 거 정말 멋있다라고만 끝내지 않았어요. “취업 준비는 안 해?”, “너 인턴 안 하니?”라는 말이 늘 붙었어요. 그런데 결국 지금 제가 하는 직업에 가장 도움이 되었던 건 취업공부, 인턴, 토익도 아닌 라디오 DJ 활동이었어요. 제가 읽었던 책 중에 좋았던 구절이 있어요. “세상에 정답이라는 건 없다. 내가 어떠한 선택을 했으면 그 선택을 정답으로 만들어 가면 된다. 먼 훗날 내 선택에 대해 그 선택이 옳았다라고 생각하면 그것이 정답이지 세상의 정답에 쫓아갈 필요는 없다”. 이게 정말 맞다고 생각해요. 숙명인들 모두 길 없는 바다에 자신의 대지를 개척하는 숙명인의 삶을 살았으면 좋겠고, 저 또한 제가 개척한 대지에 더 많은 숙명인들이 합류할 수 있도록 길을 닦는데 최선을 다하고 싶어요.

 

취재: 숙명통신원 18기 김지후(사회심리학과18), 배주은(가족자원경영학과19)

정리: 커뮤니케이션팀